50대 남성이 흉기를 소지하고 ‘묻지마 범죄’ 계획을 세웠다며 경찰에 자수했지만 허위 자백인 것으로 드러나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전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구창모)는 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된 A씨(52)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의 무죄 선고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24일 오후 10시경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동구와 중구 인근을 배회하다가 대전 중부경찰서를 찾아가 살인 계획을 자수했다.
그는 경찰에게 점퍼 주머니에 넣어둔 흉기를 보여주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내가 계속 돌아다니면 또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에 구속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중구 목척교 인근에서 마주친 여자를 흉기로 위협하니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고, 또 다른 남자는 욕설하며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이 CCTV를 검토한 결과 그러한 장면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살해나 협박 등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A씨는 법정에서 생활고로 인해 교도소에 가고 싶어서 허위로 자수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10년 동안 거주해오던 월세 18만원짜리 방세를 1년 전부터 내지 못해 집주인으로부터 퇴실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가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주장한 흉기는 모두 녹이 슬어 있었고 폭력 전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특별히 폭력적인 성향이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이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살인 행위를 실행할 목적으로 실질적인 행위까지 나아갔다고 객관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수사기관에서 3회에 걸쳐 범죄사실을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적으로 진술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추가로 제출된 증거가 없고 피고인이 살인예비 행위를 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