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동물들이 한강에? 10여년 만의 성과
한강에 수달이 돌아왔다. 2012년 멸종위기 1급 동물로 지정된 지 10여 년 만이다. 하천 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되고 먹이가 감소해 그동안 행적이 묘연했다. 수달은 지역 하천 생태계의 건강함을 판단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지표이기도 하다.
국민일보는 최근 한강에 돌아온 수달의 모습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1일 새벽 2시부터 2시간 가량 국민일보가 설치한 무인 동작 감지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서울시한강사업본부로부터 위탁받아 난지한강공원 생태습지원을 관리하는 녹색미래의 김영선 생태교육팀장은 “수달의 것으로 추정되는 배설물을 발견했고, 한국수달연구센터에 제보한 결과 수달이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달이 모두 몇 마리인지, 어디서 어떤 경로를 통해 왔는지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고 한다. 수달의 활동 반경은 멀게는 10㎞에 달하기 때문이다.
습지원 내에는 생태 보존을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구역이 있다. 이곳에서 수달의 배설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 팀장은 수달이 바위 위에 배변하며 영역표시를 한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배설물 근처에서는 수달의 발자국도 발견됐다. 김 팀장은 “수달은 대체로 강의 상류 지역에 서식하는데, 하류인 이곳에서 수달이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라 말했다.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고양이과 맹수인 삵은 수달보다 자주 모습을 보였다. 한 마리가 포착될 때도 있었고 두 마리가 동시에 목격되기도 했다. 수달과 삵 모두 해가 진 저녁 6시 이후에 나타났다. 김 팀장은 “수달과 삵 말고도 왜가리, 너구리, 족제비, 고라니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며 “야행성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수달과 삵이 난지한강공원에서 살고 있을 확률은 낮다. 정착하기에는 공원 면적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설물이나 발자국 이외의 생활반응은 관찰되고 있지 않다. 수달과 삵은 다른 곳에 서식하며 습지원을 오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멸종위기 동물이 포착되었다는 것은 곧 한강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생태계의 완벽한 복원을 위해서는 습지원 내 보호구역 출입을 자제하고, 동물이 안심하고 머무를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물 채취하려 무단 침입까지… 몸살 앓는 습지원
습지원 내 환경이 완벽하게 보호되고 있지는 않았다.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가 하면, 취재 과정 도중 방문객이 출입금지 구역 내로 들어오기도 했다. 녹색연합은 “나물 채취를 하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이 하루에 몇 명씩 있다”며 “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습지원이 넓어서 방문객을 모두 막을 수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난지생태습지원에서는 자전거 탑승도 금지된다. 자전거 바퀴에 밟혀 죽는 곤충이나 소동물이 있기 때문이다. 습지원 내 드나드는 철새에게서 유입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AI) 바이러스도 고민거리다.
자연재해도 습지원 내 생태를 위협하는 대상이다. 홍수로 인해 한강이 범람하면 습지원도 물에 잠긴다. 김 팀장은 “작년 폭우로 습지원 내 여러 시설이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수해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난지생태습지원이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 10년 만에 사라졌던 수달과 삵이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환경이 바뀐다면 언제든 다시 떠날 수 있다. 이제 수달과 삵이 다시 한강에 정착할 수 있을까.
‘도심 속 네 발’은 동물의 네 발, 인간의 발이 아닌 동물의 발이라는 의미입니다. 도심 속에서 포착된 동물의 발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유승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