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를 주입하지 않는 에어리스(airless) 타이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타이어보다 친환경적일뿐만 아니라 주행 중에 갑자기 펑크가 나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타이어업체 미쉐린은 최근 세계 최대 물류업체 DHL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2023년 말까지 에어리스 타이어인 업티스(UPTIS)를 싱가포르 DHL 배송차량 50대에 장착한다. 지난달에 이미 일부 배송차량에 업티스를 적용했다. 당초 두 회사가 예상했던 시기보다 1년가량 앞서 에어리스 타이어를 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에어리스 타이어 시장이 빠르게 확장한다고 내다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는 지난해 5362만 달러(약 664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에어리스 타이어 시장이 연평균 5.2% 성장해 2030년 8052만 달러(약 996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또 다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에스퍼트 마켓 리서치(EMR)는 한국 시장만 따로 조사해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지난해 123만 달러(약 15억원) 규모에서 2030년 170만 달러(약 21억3095만원)로 매년 5.5% 커진다고 봤다. 현대자동차·기아 등 한국의 완성차 기업이 전동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리스 타이어 시장은 전기차 시장과 속도·보폭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기존 타이어는 차량이 무거울수록 마모나 펑크 우려가 높아진다. 반면 에어리스 타이어는 폴리우레탄 등 신소재로 만든 프레임에 고무를 접착하기 때문에 이런 우려에서 자유롭다. 공기압으로 형상을 유지하지 않아서 무거운 차량일수록 에어리스 타이어의 장점이 부각된다. 통상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타이어 마모 속도가 빠르다.
폐타이어 발생을 줄여 친환경적이라는 측면도 전기차와 맥락을 같이한다. 미쉐린에 따르면 에어리스 타이어가 상용화하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2억개에 달하는 타이어의 조기 폐기를 막을 수 있다. 한국 업체들도 에어리스 타이어 개발에 적극적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월 ‘CES 2022’에서 에어리스 타이어 ‘아이플렉스’(i-Flex)를 선보였다. 금호타이어는 ‘핀스레드’, 넥센타이어는 ‘히든블록’과 ‘앤 루프’ 등 에어리스 타이어를 공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국가가 타이어공기압감지장치(TPMS)를 의무화한 건 그만큼 타이어 펑크가 운전자 안전에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공기가 없는 타이어는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완충 역할을 하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진동과 소음이 심한 점은 개선 과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