죗값 지나쳐…주거침입 강제추행, 7년이상 징역은 위헌

입력 2023-02-23 17:50
국민일보DB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를 징역 7년 이상으로 선고하도록 규정한 현행 성폭력처벌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주거침입과 준강제추행이 결합했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무거운 법정형을 두고 있어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성폭력처벌법 3조1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전주지법 등 전국 일선 법원 재판부 25곳의 위헌법률 심판제청 사건과 피고인 7명의 헌법소원을 병합 심리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앞서 20대 남성 A씨는 2020년 5월 22일 전주시 소재 B씨의 집에 들어가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인 그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는 성폭력범죄 처벌법상 주거침입준강제추행죄(제3조 제1항)가 적용됐다. A씨는 형벌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사건을 맡은 전주지법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신청했다.

전주지법은 해당 조항의 법정형 하한이 지나치게 높아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A씨 사건을 포함해 총 25건의 위헌법률심판 사건과 7건의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병합해 심리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7년’으로 정함으로써 주거침입의 기회에 행해진 강제추행·준강제추행의 경우 정상을 참작해 감경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했다”며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해 경미한 강제추행·준강제추행까지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주거침입 기회에 행해진 강제추행의 불법과 책임의 정도가 아무리 경미해도 일률적으로 징역 3년 6개월 이상의 중형에 처할 수밖에 없어 형벌개별화의 가능성이 극도로 제한된다는 점도 위헌의 이유로 지목했다.

A씨 사례처럼 이 조항은 높은 법정형 때문에 논란이 돼 왔다. 2020년 5월 법 개정으로 제3조1항에 규정된 주거침입강제추행죄 등의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에서 7년 이상으로 상향됐다. 피해자의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주거침입 준강간·준강제추행도 마찬가지다.

법이 정한 형량이 징역 7년 이상인 만큼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해도 징역 3년6개월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의 형을 선고할 때만 가능하다. 사실상 집행유예 선고가 차단됐다는 의미다. 징역 7년 이상은 살인죄의 법정형(징역 5년 이상)보다도 높은 것이다.

헌재는 “집행유예는 재범의 방지라는 특별예방의 측면에서 운용되는 대표적인 제도”라며 “해당 조항은 경미한 죄를 범한 경우에도 이러한 제도를 활용해 특별예방효과를 제고할 가능성을 극도로 제약했다”고 판시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