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신진서… 변상일 역전패에 韓·中 ‘엔드게임’行

입력 2023-02-23 17:27
변상일 9단(오른쪽 아래)과 구쯔하오 9단이 23일 각각 서울 한국기원과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3국을 두고 있다. 유튜브 '바둑TV' 캡처

욕심이 화를 불렀다. 한·중·일 3국의 바둑 국가대항전에서 한국 팀의 4번째 주자로 나섰던 변상일 9단이 중국의 구쯔하오 9단에게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결국 승부는 ‘1인자’ 신진서 9단의 손에 달렸다.

변 9단은 2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과 중국 베이징 중국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13국에서 구쯔하오에게 230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초중반 형세는 변 9단에게 유리했다. 흑을 잡은 변 9단은 백이 오른쪽 변에서 서두르는 틈을 타 우위를 잡았다. 인공지능이 예상한 승률은 한때 90%를 넘어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변 9단은 차근차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곧장 끝을 보겠다는 듯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전투 바둑을 즐기는 그다운 스타일이었지만 여기서 악수가 나왔다. 구쯔하오 9단은 반대로 승부처에서 잇따른 묘수를 통해 흐름을 뒤집었다.

치열했던 수상전이 백의 승리로 귀결되자 대국은 급격히 기울었다. 전장을 흔들어보려는 변 9단의 시도는 번번이 막혔다. 자책하는 듯 뒤늦게 머리를 잡아 뜯었으나 소용없었다. 결국 대국은 시작한 지 2시간 50분가량 지나 백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중국의 마지막 주자인 구쯔하오 9단은 전날 박정환 9단을 잡아낸 데 이어 이날 변 9단까지 꺾으며 벼랑 끝 승부에서 한국 바둑 2·3인자를 연달아 잡아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두 차례 대국 모두 상대전적에선 한국 기사들이 앞서 있었기에 더 뜻밖이었다.

박 9단이 앞서 중국의 커제 9단을 꺾을 때만 해도 기정사실로 보였던 농심배 3연패는 두 차례의 연속된 패배를 거치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돌은 다시 한번 신진서 9단의 손에 들어갔다.

세계 랭킹 1위에 빛나는 신 9단은 2021년과 지난해 한국의 농심배 연패 당시에도 중추 역할을 도맡았다. 각각 5연승과 4연승을 거두며 혈혈단신으로 중국·일본의 쟁쟁한 기사들을 무너뜨렸다.

신 9단은 구쯔하오 9단과 24일 맞붙어 이번 대회 최종 승자를 가린다. 승리 시엔 한국이 통산 15번째로 농심배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