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후 당대표 사퇴” 비명계 목소리

입력 2023-02-23 17:13 수정 2023-02-23 18: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27일)을 앞두고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표결 이후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결단’이라는 단어를 쓰며 에둘러 표현했으나, 비명계의 속내는 정치검찰에 맞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힘을 합쳐 부결시키겠지만, 그 이후엔 이 대표가 스스로 당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것이지만 이 대표가 더이상 민주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늦어도 관련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는 당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이 대표 체제 하에서 방탄프레임에 갇혀 꼼짝달싹 못 하고 발버둥 칠수록 빠져드는 개미지옥 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되 당대표한테 (사퇴) 결단을 요구하자’는 (의원) 그룹이 하나 있고, ‘검찰 영장이 허접하니 당당하게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지 말고 먼저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 나가라’고 하는 그룹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이 대표의 당대표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퍼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에 뒤처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의 비명계 의원은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역풍으로 국민의힘과의 지지율 격차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당대표가 기소될 경우 계속 재판장을 오갈텐데 어떻게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설훈 의원이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며 “이 대표가 부결 후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당대표직 사퇴를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소 시 대표직 사퇴’ 주장에 대해 “경기지사 시절 4가지 혐의로 전부 무죄 받은 일이 있는데, 당시 약 2년간 재판에 시달렸음에도 경기도정은 꼴찌 평가에서 1등 평가로 바뀌었다는 점을 상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도 “이 대표를 제외하고,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이끌 인물이 누가 있느냐”며 “사법리스크 때문에 선거가 위험하다는 것은 근거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도 “이 대표가 사퇴한다고 하면 당장 당원들부터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