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성과급 잔치 은행, 상대적 박탈감 안겼다”

입력 2023-02-23 15:08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도 상생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은행권을 겨냥해 “은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국민에게 실망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 점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2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중소기업 대표, 소상공인 개인 차주 등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은 사상 최대 이익에도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부정적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형은행 중심의 과점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경쟁제한 등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손쉬운 이자 이익에 집중하고 이익을 과도한 성과급 등으로 분배하는 모습 때문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은행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은행이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의 자산 관리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은행의 공공성에 대해 많은 분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장은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서민과 상생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분위기가 은행권 전반에 확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은행권은 어려운 서민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취약차주 부담완화 등 상생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하나은행의 차주 우대 상품을 언급하면서 “서민과 상생할 수 있는 금융상품과 서비스 등이 은행권 전반에 확산해야 한다”며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이 일회성이거나 전시성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닌 상생하기 위한 지속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초과이익을 거둬들였음에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취지의 비판을 거듭 내놨다.

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금리 급상승 국면에서 은행들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거뒀다. 그중에서 작년에 증가한 분만 해도 수조원에 달하는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들은 실질적으로 (초과이익 대비) 극히 일부 수준으로만 느낄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은행이 수조원에 달하는 초과이익을 계속 거둘 수 있는 상황을 구조적인 문제라고 본다면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의사결정이 지점 등 말단까지 전달이 제대로 안 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