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강달러’ 판단은? “적정 수준 특정 않는다”

입력 2023-02-23 13:42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들어 재발한 ‘강달러’에 대해 “1300원이나 1400원 같은 특정 수준에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물가 경로에서 환율의 영향은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면서도 원‧달러 환율의 최근 강세에서 적정 수준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이렇게 말했다.

최근 1300원을 뚫고 올라갔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1시28분 현재 달러당 7.2원(0.55%) 하락한 1295.8원을 가리키고 있다. 유로, 엔(일본), 파운드(영국), 캐나다달러, 크로나(스웨덴), 스위스프랑의 6개국과 비교한 미국 통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같은 시간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 집계에서 0.19% 하락한 104.382달러를 표시했다.

이 총재는 “지금의 변동은 지난해에 이어 국내 요인보다는 미국 통화정책 최종금리와 지속 기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발생했다)”며 “특정 수준을 타겟(목표)하기보다 불확실성 속에서 쏠림현상이 나타나거나 변동성이 커지면 금융시장 안정과 물가 영향 등을 고려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를 조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8월 26일부터 지난달 13일까지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까지 끌어올렸지만, 1년 5개월 만에 금리 인상 기조에서 물러섰다. 이후 원‧달러 환율은 1300원 밑으로 내려갔다.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에서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차기인 다음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 이상의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4.5~4.75%다. 0.5% 포인트만 더 올라가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하단까지 5%대에 진입한다.

한은의 이번 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변동환율제 하에서 적정 수준은 없다. 기계적으로 몇퍼센트 포인트면 위험하거나 바람직하다는 것은 없다.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변동요인이 될 수 있으니 고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한은은 이 현상이 우리만이 아닌 미국 통화정책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며 “10월 이후 일어난 일(달러 가치 하락)을 보면 과거처럼 불안해하지 않는 게 좋다. 정부가 변동성에 대응할 능력이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