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의 하나인 ‘후각 저하’가 브레인 포그(멍함)나 기억력 저하 등 신경학적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울감이나 인지기능 저하, 피로감 등 롱코비드(장기 후유증) 증상에 고압산소치료 효과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고압산소 치료는 혈액의 산소 농도를 높이기 위해 대기압(1기압)보다 높은 2~3기압의 방(챔버) 안에서 고농도의 산소를 흡입하는 방법이다. 훨씬 높은 산소가 혈액에 녹아들어 조직과 장기로 많은 산소를 운반하게 한다.
한양대 명지병원이 최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주제로 개최한 코로나19 후유증 심포지엄 시즌2에서 신경과 정영희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찾은 환자 440명의 신경학적 증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후각 저하가 브레인포그나 기억력 저하에 영향을 준 원인으로 후각 경로가 뇌의 변연계나 해마와 연결돼 있는 점과 관련 있을 수 있다”며 “이외에도 코로나19 감염 후 면역반응이 활성화되면서 신경 염증을 유발해 후유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상통계를 기반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신경학적 후유증은 브레인포그, 두통, 어지럼증, 기억장애 순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브레인포그는 후각·미각저하와 깊은 연관이 있었으며 두통과 어지럼증, 기억장애는 피로와 수면장애 증상과 함께 복합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포럼 제1세션은 ‘명지병원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임상연구 결과’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감염내과 조동호 교수는 “클리닉을 찾은 환자 대부분에서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같은 호흡기 증상을 보였으며 심한 경우 염증반응으로 인한 폐 손상과 폐섬유화, 혈전에 의한 손상 등 합병증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후유증의 발생 빈도 메타분석을 결과 입원 환자군과 여성, 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며 “합병증 호전을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명확한 치료법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엔데믹(풍토병화) 선언 등과는 무관하게 후유증 치료 시스템도 유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장진구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가 인체에 침투해 면역체계, 뇌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정신질환을 유발한 가능성도 있지만, 유행 장기화로 인해 사회·환경적 불안 요소가 작용해 정신질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또 “고압산소치료를 롱코비드 치료에 적용한 결과 우울감, 인지기능 저하, 피로감 등 모든 신경심리 검사 상 지표가 호전되었으며 환자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며 “3월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임상적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탐색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후유증의 전망’을 주제로 한 제2세션에서는 외부 감염병 전문가들로부터 롱코비드의 향후 전망과 연구현황 및 과제 등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윤정 교수는 “롱코비드는 연령 및 급성기 질병 중증도에 상관없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진단 및 환자 관리에 있어 다학제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경정신과적 롱코비드 증상들은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에 상관없이 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향후 롱코비드 환자 관리를 위한 백신·치료제는 물론, 장내 미생물 등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확진 이후 1개월간 치료 기록과 약제처방 기록을 조사한 결과, 미감염자 대비 코로나19 회복 환자들이 심뇌혈관질환과 폐렴, 급성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높게 나타났다”며 합병증 발생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또 롱코비드 발생 위험요인으로 여성, 낮은 체질량지수(BMI), 퇴원 1개월 후 백혈구 수, 나이 등을 꼽았다.
국립감염병연구소 장희창 소장은 “코로나19 관련 초창기 연구들은 기저질환자 수를 고려치 않은 조사로 중증도에 편차가 컸으며, 롱코비드에 대한 서로 다른 정의와 오미크론 변이 이전의 결과, 소규모-단일기관 연구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며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이 문제들을 극복한 대표성 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