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인상 행진’ 일단 멈춰… 한은 “연 3.5% 동결”

입력 2023-02-23 09:56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5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한은 제공

1년6개월가량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멈췄다. 다만 앞으로 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긴축 통화 정책이 방향을 완전히 꺾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했다. 무역수지가 11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내는 등 경기 둔화가 심화한 탓이다.

여전히 5%대로 높은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는 경기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역수지는 이달에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5억4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감소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10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지난달까지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는 3% 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기록도 세워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 보고 자리에서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와 관련해 “1년 반 동안 3.0% 포인트 올린 효과가 올해까지 물가 상승률을 1.3% 포인트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한은은 통화 긴축 정책을 완전히 전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여전한 데다 에너지 가격 등 물가 변수가 여전히 불확실한 탓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물가 상승세는 다소 축소될 수 있지만 장기간 쌓인 각종 비용 상승 부담은 고물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현재 1.25% 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1.25% 포인트 차는 2000년 10월(1.50% 포인트)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1% 포인트 낮은 1.6%로 조정했다. 이는 정부의 지난해 12월 전망(1.6%)과 같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와 국제통화기금(IMF·1.7%)의 전망치보다는 낮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