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활황장의 수혜주로서 입지를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증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늘어난 실외 활동으로 게임 관련 사업 매출이 감소했지만, AI 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엔비디아는 23일(한국시간) 마감된 나스닥거래소의 시간 외 매매에서 8% 넘게 상승했다.
1. 엔비디아 [NVDA]
엔비디아는 이날 나스닥거래소의 본장을 마감한 뒤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60억5000만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0.88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금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취합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전망치에서 매출은 60억 달러, EPS는 0.81달러였다. 실적은 전망치를 웃돌았다.
사업별 매출을 보면 데이터센터에서 36억2000만 달러, 게임에서 16억 달러로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 앞서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에서 38억7000만 달러, 게임에서 18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2019년 4분기 9억6800만 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지난해 4분기 매출 가운데 전문가용 시각화 장비에서 2억2600만 달러(전망치 1억9500만 달러), 자동차 및 로봇에서 2억9400만 달러(전망치 2억6700만 달러)로 기대를 넘어섰다.
미국 경제채널 CNBC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게임 그래픽카드 재고가 늘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4분기 게임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6% 감소했다”며 “AI용 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성장세를 이어가 ‘챗GPT’ 등 AI 산업의 수혜를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 프로세서는 기계 학습 소프트웨어의 훈련과 실행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잰슨 황은 “AI 산업이 변곡점에 있다. 생성형 AI의 다재다능한 능력은 전 세계 기업들이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일으켰다”며 자사의 AI 관련 성장 가능성을 기대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나스닥거래소 본장에서 0.48%(0.99달러) 오른 207.54달러에 마감된 뒤 분기 실적을 발표한 애프터마켓에서 오전 7시25분 현재 8.56%(17.76달러) 급등한 225.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 바이두 [BIDU]
미국의 구글처럼 검색엔진을 운영하고 AI를 개발하는 중국 플랫폼 기업 바이두는 이날 나스닥거래소 본장 개장을 앞둔 프리마켓에서 지난해 4분기 호실적과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두의 분기 매출은 48억 달러로,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취합된 애널리스트 전망치인 47억 달러를 웃돌았다. 순이익은 7억7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조정 EPS는 2.21달러로 집계됐다.
바이두는 실적을 공개하면서 “2025년까지 최대 5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이사회에서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바이두의 미국 예탁증권(ADR)은 프리마켓에서 상승했지만, 정작 나스닥거래소 본장에서 137.12달러로 2.63%(3.7달러) 하락했다.
3. FOMC 의사록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이날 공개했다. 지난 2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회의 내용을 기록한 이 의사록에서 FOMC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차기 기준금리 인상률로 ‘베이비 스텝’(0.25% 포인트)을 지지했다.
다만 FOMC 구성원 중 상당수는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은 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최근의 진전을 중단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의사록에 서술됐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FOMC 구성원들은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연준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정책 제약 수준과 금융환경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FOMC 구성원들이 지난달 뉴욕증시의 강세를 경계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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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