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자료가 유출돼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자료를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사람이 자신의 신원을 밝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텔레그램 ‘고2 11월 학력평가’ 채널 운영자 A씨는 22일 0시39분 “이 자료를 뿌린 제 이름은 ○○○이고, 서울대 컴공(컴퓨터공학부)에 가고 싶은 삼수생입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A씨가 개설한 이 채널은 현재 구독자가 290여명으로, 지난해 11월 고등학교 2학년생 27만명이 응시한 전국학력평가 성적이 유포되고 있는 곳이다.
A씨는 개설 당일 ‘전국 빌보드 500’이라는 제목으로 전국 성적 상위 500명의 이름과 학교, 백분율을 정리해 공유한 데 이어 하위 1000명의 정보를 공개했다. 그는 “구독자가 1000명을 넘으면 전국 모든 학생의 원점수, 표준점수, 백분위를 정리해서 매긴 전국 랭킹 파일을 뿌리겠다”고도 예고했다.
이틀 뒤인 22일 새벽 A씨는 자신의 신원을 직접 밝히고 나섰다. 그는 관련 보도 화면을 게시하며 “기자님 혹시 이 방에 계시면 알아두세요. 제 이름은 ○○○입니다”라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전국 국어+수학 동시 만점자 명단’이라는 재가공 자료를 추가로 유포했다.
A씨의 채널에 대해 조사하고 있던 경찰은 A씨가 이름을 공개함에 따라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경찰은 “A씨가 학력평가 성적 자료를 최초로 유포한 사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A씨 신원 확인 작업과 함께 교육청 서버 포렌식 작업을 통한 최초 유포자를 특정해 신병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9일 0시24분 디시인사이드에 ‘그래 내가 고2들 성적표 몽땅 봤다 ㅋㅋㅋㅋㅋ’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은 이보다 앞서 텔레그램을 통해 학력평가 성적 자료가 유포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료를 최초로 유포했던 텔레그램 채널에는 성적 자료를 포함한 관련 내용이 모두 삭제된 상태다.
경찰은 A씨의 신원을 확인하는 대로 그가 최초 유포자인지 여부와 더불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인물과 동일인인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