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현 “파리오페라발레의 다음 내한 땐 주역 맡고 싶다”

입력 2023-02-23 05:00
강호현은 지난해 11월 파리오페라발레가 무대에 올린 케네스 맥밀란 안무 ‘메이얼링’에서 여주인공 마리 베체라 역을 맡았다. 당시 ‘메이얼링’ 공연중 강호현은 코리페에서 쉬제로 승급했다. 강호현 제공

파리오페라발레 정단원 150여 명은 에투알(수석무용수)-프르미에르 당쇠즈(제1무용수)-쉬제(솔리스트)-코리페(군무 리더)-카드리유(군무)의 5단계로 나뉘어 있다. 현재 한국인 단원은 에투알 박세은, 쉬제 강호현, 코리페 윤서후 등 3명이다. 오는 3월 예정된 파리오페라발레의 30년만의 내한공연에는 강호현이 유일하게 참가한다. 박세은이 출산으로 내한공연에 빠지면서 강호현은 파리오페라발레의 내한 무대에 서는 첫 한국인 단원이라는 영예를 가지게 됐다.

강호현(27)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파리오페라발레의 ‘지젤’ 내한공연 일원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고 생각하니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19로 프랑스의 극장이 문을 닫았을 때 한국에서 5개월 머무는 동안 갈라 무대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이번 내한공연은 아무래도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강호현은 2017년 준단원으로 입단해 이듬해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 정단원인 카드리유로 승급했다. 이어 2019년 코리페 승급을 거쳐 지난해 11월 쉬제로 승급했다. 아름다운 바디라인과 섬세한 표현력을 갖춘 그는 정단원이 된 이후 윌리엄 포사이스의 ‘블레이크 작품집 I’(2019년)과 케네스 맥밀란의 ‘메이얼링’(2022년)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으로 발탁된 바 있다. 특히 현대 발레의 틀을 깬 거장 포사이스는 파리오페라발레를 위해 만든 최신작 ‘블레이크 작품집 I’에 출연할 무용수 중 한 명으로 강호현을 직접 낙점했다.

파리오페라발레의 ‘돈키호테’에서 큐피드 역으로 출연중인 강호현. 강호현 제공

“포사이스 선생님이 저를 뽑으셔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이후 파리오페라발레가 컨템포러리 발레를 공연할 때마다 제게 기회가 좀 더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우아한 고전 발레도 좋아하지만, 발레단에서 컨템포러리 발레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입니다.”

한국의 국립발레단 입단을 꿈꾸던 그가 한예종 4학년 때 파리오페라발레 준단원 오디션을 본 것도 좀 더 많은 작품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현재 3개의 작품을 동시에 연습하고 있다는 그는 “파리오페라발레만큼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가진 발레단이 없다. 특히 세계적인 안무가들과의 작업이 많기 때문에 무용수로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레퍼토리 이외에도 부상이나 출산 이후 치료와 재활 등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서 무용수로서는 춤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서 “이번에 세은 언니가 출산으로 내한공연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조만간 멋지게 복귀할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미래에 세은 언니처럼 발레와 가정 모두 잘 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파리오페라발레의 ‘메이얼링’에서 여주인공 마리 베체라 역으로 출연중인 강호현. 강호현 제공

강호현은 이번 파리오페라발레의 ‘지젤’ 내한공연에서는 군무와 빌리들의 선두 역할(두 빌리)을 오간다. 지난해 11월 쉬제로 승급할 때 이미 ‘메이얼링’의 여주인공 마리 베체라를 연기했던 그로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역할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좀 더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으면 좋았겠지만, 발레단 입단 후 ‘지젤’ 출연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내한공연에서는 주인공을 맡고 싶다”고 피력했다.

강호현에게 꿈을 묻자 “오래오래 즐겁게 춤추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파리오페라발레에 입단한 이상 에투알이 되고 싶다”면서도 “부상을 당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익혀 최대한 무대에 많이 서고 싶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원하는 자리에 자연스럽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