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장교 2명의 항소가 기각됐다. 재판을 위해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들은 항소 기각과 함께 법정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은주)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소강원(60) 전 기무사 610부대장과 손정수(59) 전 기무 1처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지난 16일 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소 전 대장은 2019년 12월, 손 전 처장은 2020년 4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검찰도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장을 냈다.
소 전 대장과 손 전 처장은 부대원에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동향을 파악하게 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해당 정보가 법령상 ‘군 관련 첩보’에 해당한다며 직권 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 전 대장 측은 “세월호 사고 현장에 3000여명의 군병력이 투입됐다”며 “현장에서 수집된 세월호 유가족들의 동향 관련 정보는 기무사령부령에 규정된 ‘군 관련 첩보’에 해당한다. 정보 수집 필요성 등이 인정돼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들은 자신들 역시 사령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또 직접적으로 정보수집에 관여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민간인인 유가족의 개인정보와 동향 정보가 법령에서 첩보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며 이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별다른 기준 없이 무차별적으로 지속해 유가족들의 동향과 정보를 수집하게 한 것은 법령이 정한 직무 범위를 넘는다”며 “두 사람이 지휘·감독권을 근거로 부대원들에게 지속해서 유가족 동정 보고 등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지위, 경력 등에 비춰 민간인인 유가족들의 동향에 관한 첩보 수집을 지시하는 행위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행위라고 오인할 이유가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1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다”며 “피고인들의 나이, 환경, 범행 동기 등 모든 양형 요소를 참작해 보더라도 원심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