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13세 소년에 성인과 같은 처벌은 부적절”

입력 2023-02-22 15:47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한결 기자

법원행정처가 법무부의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단순히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교정 시스템과 인프라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취지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소년법 개정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이 같은 법원행정처 의견을 담아 국회에 제출했다. 촉법소년은 죄를 지은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의 청소년으로, 벌금·징역형 등의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는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갈수록 증가하고 흉포화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개선책을 마련한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13세 소년이 형사책임능력을 갖췄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법무부 입법 내용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처벌보다는 다양한 보호처분을 통한 신속한 교육과 치료해 집중해야 한다는 게 법행정처 주장이다. 13세 소년에게 성인과 동등하게 응보적 관점에 입각한 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현행법상 13세 소년에게 부과되는 보호처분(소년원 송치 등)이 형사처벌과 비교해 결코 경미하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소년의 가정환경 개선이나 정신질환 치료 등 적극적인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회와 가정의 실패라는 소년범죄 근본 원인에 대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일보DB

법원행정처는 법무부가 소년 보호사건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제시한 개정안 내용 상당수 역시 반대 또는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개정안에서 판사가 보호처분을 내리지 않는 결정을 내리면 검사가 항고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소년심판 절차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형벌보다는 개선과 교화에 방점을 두는 소년보호처분의 취지를 강조해다. 책임 부과와 형사처벌에 익숙한 검사가 항고권을 행사하면 소년재판이 형사재판처럼 변질할 수 있다는 비판으로 볼 수 있다.

법무부는 또 소년보호사건에서 판사가 검사에게 심리 개시 등을 통지하고, 사건 종결 시 사건기록을 검사에게 송부할 수 있게 한 내용에도 “소년보호사건의 심리구조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과거의 범죄사실 확인(수사), 공소 제시 및 유지에 특화된 검사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소년보호사건의 특수성은 물론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통한 소년의 갱생 도모라는 소년사법 제도의 근본이념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 보호처분 준수를 조건으로 사건을 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소년부 송치 제도’ 신설과 관련해선 “소년 사건의 후견적 지위에서 재판권을 행사하는 소년부 판사의 재량을 축소하고, 절차 지연을 야기시켜 소년에게 지나친 절차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