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자사 신주·전환사채 발행의 적법성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김유성)는 22일 이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낸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의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SM 경영권 분쟁은 ‘현재 경영진 및 카카오’와 ‘이 전 총괄 프로듀서 및 하이브’의 양 진영으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다. SM 경영진이 이 전 총괄의 퇴진을 골자로 한 ‘SM 3.0’을 발표한 뒤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1119억 상당 신주와 1152억원 상당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하면서 다툼이 본격화했다.
이사회 의결 안건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이 전 총괄의 주식 가치는 희석돼 현재 18.46%인 지분율이 줄어든다. 이에 이 전 총괄은 SM의 제3자 배정 신주·전환사채 발행의 위법을 주장하며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날 법정에서 SM 경영진과 맞붙었다.
하이브는 이날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 지분 14.8%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12만원에 4228억원을 들여 사들였다. 나머지 3.65%도 연내 하이브 몫이 된다. 하이브는 이 거래를 완료하면 SM 최대주주가 된다.
이 전 총괄의 법률대리인은 이날 첫 심문에서 “상법상 신주 발행은 기존 주주 배정이 원칙이고 제3자 신주 발행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며 “최대 주주를 몰아내거나 지배권을 약화하기 위한 제3자 신주 배정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SM의 신주 발행을 두고 “졸속으로 점철된 의사 결정”이라며 “마치 군사작전처럼 채무자(SM)의 미래를 결정할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고 말했다. SM 경영진이 이 전 총괄의 과거 경영을 공식 비판한 것과 관련해선 “‘선과 악의 대립’으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 전 총괄 측은 경영진이 주장하고 있는 긴급한 자금 조달 필요성은 온당치 않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SM이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현금으로 보유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SM은 지난해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690억원과 금융기관 예치금 1208억원을 합해 총 1900억원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누적 영업이익은 757억원을 기록했다.
이 전 총괄의 법률대리인은 SM과 카카오 간 전략적 제휴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SM 현 경영진의 임기 만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신주를 발행한 점, 향후 계약에 따라 카카오가 지명하는 사람을 SM 임원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카카오가 과거 제3자 유상증자 이후 지분 추가 취득 방식으로 다른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 전례도 언급했다.
SM 측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며 ‘경영 판단에 대한 의견 대립’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SM 대리인은 이 전 총괄을 겨냥해 “비정상적 1인 프로듀싱 체제로 오래전부터 상당한 영업이익을 취해왔다”며 “그는 막연한 의심과 추측성 발언, 언론 플레이를 통해 현 상황을 경영권 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전 총괄이 경쟁사(하이브)와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연출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괄의 1인 프로듀싱 체제로 인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지적재산(IP) 프로듀싱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 SM 3.0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SM의 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해 플랫폼 기업과의 제휴와 자금 조달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와 협력 중인 네이버 사례를 언급하며 “카카오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했다.
SM 경영진과 카카오, 얼라인자산운용은 ‘이 전 총괄을 몰아내려 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다음 달 주총에서 경영진 임기가 만료되고 지분율도 적은 점, 카카오 역시 다음 달에야 주주가 돼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양측에 추가로 제출할 자료가 있으면 오는 28일까지 내달라고 했다. 가처분 결정 시기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수만 측은 3월 6일이 (SM 이사회의 신주) 납입기일이라 최대한 빨리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추가로 제출된 자료까지 확인한 뒤 결정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