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8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미분양 단지가 속출한 급랭기였지만 부산은 평균 37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내며 상대적 강세를 지속했다.
부동산R114는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일반공급분의 청약 1·2순위 평균 경쟁률이 7.6대 1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2014년 7.5대 1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으로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8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공급 물량은 22만7369가구로 2020년 22만3106가구와 비슷했지만 경쟁률은 그해(27.9대 1)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6년 32만3263가구 이후 가장 많은 25만1054가구가 나온 2021년 19.8대 1과 비교하더라도 크게 낮은 경쟁률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대구(0.5대 1) 울산(0.9대 1)이 미달을 기록했고, 전북(1.8대 1) 충남(2.8대 1)부터 경기(6.5대 1) 강원(8.3대 1)까지 8개 지역도 한 자릿수 경쟁률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37.4대 1)과 세종(36.8대 1)은 30대 1을 크게 웃도는 분양 성적을 내며 비교적 견고한 수요를 확인했다. 인천(14.5대 1) 대전(11대 1)이 그 뒤를 이었고 서울(10.9대 1) 경남(10.8대 1) 경북(10.2대 1)이 10대 1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다.
부산은 지방에서 보기 드문 2000가구 이상 대단지와 신도시인 에코델타시티 공공택지 분양이 청약 수요층의 관심을 끈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9월 조정대상지역 해제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규제 해제 후 첫 분양 단지였던 부산진구 양정자이더샵SK뷰는 평균 5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1월 분양한 강서구 에코델타시티푸르지오센터파크도 42대 1로 마감했다.
부산 분양시장도 한파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평균 청약경쟁률이 2020년 61.9대 1에서 2021년 42.4대 1로 내린 데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하락하며 직전 고점 대비 40%가량 빠졌다. 세종 역시 2015년 17.6대 1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로 2020년 153.3대 1, 2021년 195.4대 1과 비교하면 청약 열기가 많이 식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아파트 청약경쟁률 상위 20곳 중 9곳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8곳이 재건축 사업지였다”며 “가격 경쟁력과 입지적 강점을 갖춘 단지에 수요자의 선택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금리, 경기 악화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경색 국면이 지속될수록 적정 분양가와 우수한 입지, 미래가치 상승 요인 등에 따른 수요층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