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발레의 종가’ 파리오페라발레가 30년 만에 내한한다. 1669년 창단된 파리오페라발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최고의 권위를 지닌 발레단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파리오페라발레 단원들이 가끔 국내 갈라 무대에 선 적은 있지만 전막 공연은 1993년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 ‘지젤’ 이후 30년 만이다. 3월 3~4일 대전예술의전당과 3월 8~1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되는 레퍼토리는 1993년과 마찬가지로 ‘지젤’이다. 예술감독인 호세 마르티네즈와 무용수 70명을 포함해 파리오페라발레 소속 120명이 내한하며, 오케스트라 연주는 한국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담당한다.
파리오페라발레의 역사는 ‘발레의 역사’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레의 기원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지만 프랑스에서 발레학교와 발레단이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발레를 사랑했던 루이 14세가 1661년 최초의 무용 기관인 ‘왕립무용아카데미’를 만든 데 이어 파리오페라극장의 전신인 ‘오페라아카데미’가 1669년 설립됐다. 그리고 파리오페라극장 소속 파리오페라발레가 1713년 부설 발레학교를 설립해 전문 무용수를 키워내기 시작하면서 발레는 예술 장르로 본격 발전했다.
파리오페라발레는 그동안 격동의 세월 속에서도 꾸준히 존속했다. 20세기 들어와서도 세르주 리파르(1905~1986), 루돌프 누레예프(1938~1993), 브리지트 르페브르(1944~) 같은 탁월한 예술감독들의 지휘 아래 현대 세계 발레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발레부터 현대무용까지 수많은 안무가와 협력한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풍성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발레 역사에서 파리오페라발레는 19세기 전반 유럽에서 낭만 발레(로맨틱 발레)를 꽃피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전쟁, 산업 혁명 등으로 지친 사람들은 냉정한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런 낭만 사조를 극대화한 낭만 발레는 요정과 같은 신비로운 존재를 주인공으로 비극적인 사랑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1841년 파리오페라발레가 초연한 ‘지젤’은 낭만 발레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고전 발레(클래식 발레)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와 함께 발레 팬에게 사랑받는 양대 레퍼토리다. 장 코라이와 쥘 페로가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안무한 ‘지젤’은 연인에게 배신당해 죽은 처녀 유령 ‘빌리(Willy)’ 설화를 모티브로 했다. 1막은 시골 처녀 지젤이 귀족 알브레히트를 시골 청년인 줄 알고 사랑했다가 배신당한 뒤 죽음에 이르는 비극을, 2막은 빌리들과 그들의 여왕 미르타로부터 알브레히트를 지켜내는 지젤의 숭고한 사랑을 그렸다. 1막에서 지젤이 미쳐서 죽는 장면과 2막에서 하얀 튀튀를 입은 빌리들이 펼치는 군무는 ‘지젤’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지젤’은 초연 이후 다양한 안무가에 의해 변주됐는데, 파리오페라발레가 이번에 선보일 ‘지젤’은 1991년 부예술감독 파트리스 바르와 발레 마스터 외젠 폴랴코프가 재안무한 것이다. 19세기 낭만주의적인 분위기를 온전히 살리면서 프랑스풍의 섬세한 춤과 드라마틱한 연기가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내한공연에선 파리오페라발레의 에투알 콤비인 미리암 울드 브람-제르망 루베, 레오노어 볼락-폴 마르크, 도로테 질베르-위고 마르샹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선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