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이 병장 기준으로 올해 100만원까지 대폭 오른 가운데 초급간부인 한 하사가 170만원에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있다며 월급명세서를 공개하고 “진짜 너무 살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국방부는 해당 명세서에 대해 시간외근무수당 등이 빠져 실수령액보다 낮다면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개선 국정과제로 중점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에서 복무하는 1호봉 하사’라고 소개한 A하사는 21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를 통해 “육대전 그룹에 해안 소초에 근무하시는 간부님의 글을 보고 제 월급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월급명세서는 지난해 12월분과 인상이 이뤄진 2023년 2월분 두 가지였다.
지난해 12월분은 세전 186만5400원에 실수령액 161만3020원이었다. 기본급 170만5400원에 정근가산금 1만5000원과 직급보조비 14만5000원이 붙었고,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25만2380원이 공제됐다.
임금 인상이 이뤄진 2월분은 세전 195만800원에 실수령액 169만5970원이었다. 지난해 12월분에 비해 8만2950원 올랐다. 기본급 177만800원에 정근가산금 1만5000원과 직급보조비 16만5000원이 붙었고, 25만4830원이 공제됐다.
A하사는 “작년보다 올해 봉급과 직급보조비를 합쳐 약 8만2000원 올라 170만원 정도 지급받지만 기본급만으로는 살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저도 격오지에서 근무해 영외 급식수당을 제하고 수당이 들어오는데, 초과근무를 안 하면 진짜 너무 살기 힘들다”면서 “앞으로 몇 년 뒤면 병장이 저보다 더 많이 받을 텐데, 초급간부들은 언제쯤 현실적인 월급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바라보고 복무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일선에서는 병사뿐만 아니라 하사 등 초급간부들에 대해서도 월급 인상 등 복무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병장 월급은 2023년 100만원으로 A하사 월급(세전)의 51.2% 수준이다. 2025년 병장 월급 200만원 시대가 열리면 병장과 하사 월급 차이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67만6100원이었던 현역 병장 월급이 올 1월부터 100만원으로 47.9% 증액됐다. 상병은 61만200원에서 80만원으로, 일병은 55만2100원에서 68만원으로, 이병은 51만100원에서 60만원으로 올랐다. 상병과 일병·이병의 월급 인상률은 각각 31.1%와 23.2%, 17.6%다.
병사들이 전역할 때까지 매월 적립하는 ‘내일준비적금’에 대한 정부지원금(내일준비지원금)은 올 1월부터 병장 기준 월 최대 14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었다. 병장은 올해 월급과 지원금을 합해 월 최대 130만원을 받게 된다.
병장 기준 월급과 내일준비지원금(월 최대 액수)은 2024년 125만원과 40만원, 2025년 150만원과 55만원 수준으로 각각 더 오를 예정이다.
국방부는 “하사의 기본급과 수당을 포함한 월평균 수령액은 관련 법령에 의거해 세전과 세후 모두 최저임금이나 병사 봉급보다 높다”며 “제보된 급여명세서는 매월 10일 지급되는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이 포함됐으며, 25일 추가 지급되는 시간외근무수당과 기타수당 등이 제외됐다”고 입장을 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도 하사 등 초급간부의 급여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하사를 포함한 초급간부의 급여 인상은 ‘직업군인의 처우개선과 초급간부 근무여건 개선’ 국정과제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