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남편 품에 안겨 구조”… 韓구호대가 전한 기적

입력 2023-02-21 17:04 수정 2023-02-21 20:51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21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무너진 잔해 속 매몰자를 들것으로 옮기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 자료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 대지진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나섰던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소속 대원이 귀국 후 현지 참상을 상세히 전했다.

구호대 소속 김민지 대원은 2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사진으로 미리 보고 갔지만, 직접 본 현장은 살면서 처음 보는 처참한 광경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방에서 앰뷸런스 소리가 들렸고 정말 혼란의 도가니였다”며 “‘우리 가족 시신만이라도 찾게 도와달라’고 울면서 무릎 꿇고 애원하는 분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놨다.

김 대원은 “유가족들은 (시신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애원하다가도 생존자 신고를 받아서 가봐야 한다고 설명하면 또 바로 수긍하고 응원해줬다”며 “가다 뒤돌아보면 다시 울고 있곤 해서 너무 마음이 안 좋았다”고 했다.

구호대가 구조한 8명 중에는 숨진 남편 품 안에 안긴 채 발견된 60대 여성도 있었다. 이 여성은 우리 구호대가 구조한 마지막 생존자로, 골든타임인 72시간을 넘겼음에도 기적처럼 구조됐다.

김 대원은 “이 여성은 남편과 함께 매몰됐고, 남편이 아내를 안은 채였는데 안타깝게도 남편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60대 여성이) 어떤 마음으로 구조대원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을까, 옆에 있는 남편이 숨지는 모습을 지켜본 것도 마음이 아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구호대 일동이 ‘울음바다’가 됐던 사연의 후일담도 다뤄졌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영방송 TRT하베르는 튀르키예인들의 한국어 인사 영상을 전달받은 우리 대원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박수로 화답하는 장면을 보도한 바 있다.

한국구호대의 귀국편 비행기에서 튀르키예인들이 구호대에 전달한 한국어 감사 인사 영상이 송출되자 대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TRT하베르 유튜브 채널 캡처

김 대원은 “눈물을 많이 흘리신 분들도 있었고 (자막이 아닌) 한국어로 해준 인사에 저도 그간 했던 고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우리 구호대는 6일 튀르키예에 파견돼 18일 귀국했다. 구호대는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 중 한 곳인 안타키아 지역에서 구조활동을 펼쳐 모두 8명의 생명을 살렸다. 김 대원을 포함한 구호대 1진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검사를 포함한 건강 검진을 받고 휴식을 취한 뒤 국내 구조 현장에 다시 투입될 예정이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