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해 법원에 신청하는 임차권 등기가 지난해 말부터 급증했다. 지난해 전국에서 접수된 임차권 등기 4건 중 3건이 수도권 사례였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는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부동산 등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집합건물 임차권 등기 신청이 4441건으로 전년 1263건의 3.5배로 늘었다고 21일 밝혔다. 집합건물은 아파트, 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을 아우른다.
임차권 등기는 전월세 계약 만료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이사 등으로 집을 떠난 뒤에도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임차권 등기 신청이 많아졌다는 것은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늘었다는 얘기다.
최근 1년간 집합건물 임차권 등기 신청은 전국 1만4297건으로 이 가운데 78.4%(1만1218건)가 수도권이었다. 시군구별로 서울 강서구가 1145건으로 가장 많고 경기 부천(831건), 인천 서구(766건) 미추홀구(762건), 서울 구로구(731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 강서구와 경기 부천은 2년 전 체결된 집합건물 전세계약 5861건 중 10.9%인 639건이 최근 2개월 사이 임차권 등기 신청으로 이어질 정도로 보증금 미반환 비중이 컸다.
2021년 말~지난해 초 월 400~500건대였던 수도권 집합건물 임차권 등기 신청은 지난해 10월(1023건) 1000건대로 올라선 데 이어 12월(1944건)에는 2000건에 육박했다. 올해 1월에도 1734건으로 높은 건수를 유지했다.
현재 집값과 전세값 하락세가 지속 중인 데다 2020년보다 2021년 전세값이 더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임차권 등기 신청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종합주택 전세가격지수는 2020년 12월 96.9에서 2021년 12월 103.2로 올랐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임차인은 임차권 등기 전에 전출신고를 하면 대항력을 잃게 돼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없다”며 “임차권 등기 완료 전까지 전출신고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