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가시험림 통제구역서 자연석이 사라졌다

입력 2023-02-21 13:55 수정 2023-02-21 14:32
국유림인 제주 한남시험림 일반인 통제구역에 중장비를 동원한 자연석 도난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한남시험림은 매년 산불 조심기간을 제외하고 사전 예약을 통해 일부 지역만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도난 사건이 발생한 구역은 기간에 관계없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다. 문정임 기자

제주지역 산림자원 연구를 위해 국가가 관리하는 시험림 통제구역에서 무게가 최소 300㎏ 이상 나갈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자연석이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1일 제주 서귀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한남시험림에서 자연석 1점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도난당한 자연석은 폭 60㎝·길이 170~180㎝의 크기로, 무게가 최소 300㎏이상 나갈 것으로 추정된다. 중장비가 이동하면서 자연석 주변에 있던 서어나무와 굴거리나무 등 7m가 넘는 연구용 나무 십수 그루도 훼손됐다.

자연석이 도난당한 자리는 시험림의 북쪽, 성판악과 연결되는 서중천 주변이다. 한남시험림은 매년 일정 기간 일부 구역을 예약을 통해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는데, 도난 사건이 발생한 구역은 기간과 관계없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다.

경찰이 확보한 현장 주변 CCTV에는 지난 5일 오후 7시쯤 남성 2명이 굴착기를 동원해 시험림 출입 통제구역에 침입하는 모습이 찍혔다.

그러나 이들이 범행 현장 길목에 있는 CCTV를 옷 등으로 가려 다른 이동 동선이나 얼굴 등은 확인되지 않는 상태다.

시험림을 관리하는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도난 사건이 발생할 조짐은 지난해 말에도 한 차례 있었다. 11월 말쯤 통제구역에 땅속에 있던 자연석이 뽑히고, 주변에 있던 나무 수십 그루가 훼손된 것이다.

당시 연구소 측은 통제구역에 사람이 드나든 흔적을 확인해 처벌 규정 등을 담은 경고 현수막을 내걸고, 시험림에서 사용하는 중장비로 이동 길목을 차단했다.

경찰은 당시 훼손 지역과 이번 도난 현장이 같은 자리인 점으로 미뤄 같은 용의자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소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21일 “임산물을 무단 채취하는 경우는 봤지만, 중장비를 이용해 자연석을 도난당할 수 있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라며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스럽고 현재 종합적인 도난 방지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1922년 국유림으로 지정된 한남시험림의 부지 면적은 1223만㎡로, 축구장 1700개 규모다. 시험림 중 10%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험림에서 산림자원을 훔치거나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