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간) 광림교회(김정석 목사) 긴급구호팀이 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튀르키예 동남부 이스켄데룬 지역을 찾았을 때 겪은 일이다. 긴급구호팀은 이재민들이 머무는 텐트를 돌아다니며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 속옷 내의 패딩 상비약 파스 핫팩….
그리고 이런 물품을 전달하던 도중 아이들을 만났다. 과자와 음료를 선물했더니 아이들은 스마트폰 번역기를 이용해 한국어로 된 이런 문장을 보여주었다. “가지 말아요. 우리와 함께 있어요.”
긴급구호팀 관계자는 21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긴급구호팀을 쫓아다니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아이가 긴급구호팀 팀원의 손을 잡아 끌더군요. 자신들의 텐트로 가자는 거였어요. 따라갔더니 그곳엔 아이의 친할머니와 이모할머니가 계셨어요. 부모님은 어디 계시느냐고 물으니 아버지는 무너진 건물 아래에 있을 나머지 가족들을 구하러 갔다고 하더군요. 텐트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저희한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차라도 한 잔 대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어요.”
광림교회는 지난 6일 튀르키예 일대에서 강진이 발생한 뒤 구호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한국교회다. 지진 발생 당일 이 교회 관계자 20여명은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참전용사 위로 행사를 열기 위해 튀르키예를 찾았었다. 하지만 지진 탓에 행사를 열 순 없었다. 이들은 현장에서 신속대응팀을 만들어 곧바로 구호 활동에 착수했다. 광림교회가 2000년 6월 안타키아 지역에 봉헌한 안디옥개신교회가 지진으로 처참히 무너져버린 것도 이번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광림교회가 긴급구호팀을 파견한 것은 지난 17일이었다. 긴급구호팀은 광림교회 목회자 5명을 비롯해 튀르키예에서 사역하는 한인 선교사, 안디옥개신교회 소속 난민구호팀 팀원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현재 피해 지역을 찾아다니며 이재민들에게 구호 물품과 생활비를 전달하고 있다.
광림교회는 1차 긴급 구호금 2만 달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만 달러에 달하는 구호금을 현지 이재민과 한인 선교사 등에게 전달했다. 김정석 감독은 “안디옥개신교회가 붕괴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광림교회 성도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교회가 후원금을 보내왔다”며 “지진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긴급구호팀은 오는 24일까지 안타키아를 중심으로 구호 활동을 전개한다. 광림교회는 추후에도 구호팀을 잇달아 파견할 계획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