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 5학년 남아가 친부와 계모의 상습 폭행으로 온몸이 멍든 채 숨진 사건과 관련해 친모와 삼촌이 아동학대 사범들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나섰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7일 ‘아동학대 살인사건 중형의 판례와 신상공개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 작성자 A씨는 ‘얼마 전 아동학대로 살해당한 한 아이의 삼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아동학대 사건의 형량 상한 법률개정보다 실질적인 강력한 판결과 판례 신상공개를 청원한다”며 “지금 수사 중인 사건을 거론하면 청원 불수리 사항이기에 포괄적으로 말씀드린다”고 했다.
A씨는 “아이 몸에 망치, 못 뽑는 날카로운 물체 등으로 여러 차례 찍어 남아 있는 자상이 육안으로도 보이는데 이게 상습아동학대냐”며 “아동학대가 아니고 살인미수다. ‘아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라는 변명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어 “(아동학대 범죄자를) 강하게 처벌해주어야 두 번 다시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범죄자를 감경하고 아무 대책 없이 사회에 내보낸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A씨는 아동학대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주장했다. 그는 “아이들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 안전해야 할 권리를 지켜 달라”며 “이런 사람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불안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자식들 안심하고 내보내고 보살필 수 있게 다른 강력 범죄자들처럼 신상공개하고 아이들도 부모들도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피해 초등생의 친모라고 밝힌 B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A씨가 올린 청원 링크를 공유했다.
B씨는 “어미의 찢어지는 마음으로 제 아들이 그동안 당해온 공포, 불안, 고통, 차별, 학대, 소외감과 차마 버틸 수 없는 고통으로 인해 세상과 이별하게 된 내용을 알리려 한다”며 “그동안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을까 생각하면 눈물을 흘리고 마음 아파하는 것조차 죄스럽다”고 했다. 아이를 향해선 “그동안 겪었을 너의 고통에 살아있는 것조차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청원은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 중이다. B씨 친구는 자신의 블로그에 청원 링크를 공유하며 “친구가 애지중지 7년을 키웠는데 친부는 재혼한 와이프 편을 들며 사진도 보여주지 않고 전화번호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간 친구는 몰래 눈물을 훔쳐 가며 지켜보기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본능에만 충실한 두 악마의 사랑놀이에 가여운 아이가 희생되어야 하나. 친구(친모)마저 잃을까 걱정되고 무섭다”고 했다.
피해 아동 계모(43)는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군(12)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친부(40)는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사망 당시 C군의 온몸에선 외부 충격으로 생긴 상처로 추정되는 멍 자국이 발견됐다. 그의 몸무게는 또래 남학생들보다 15㎏ 넘게 적은 30㎏에 불과했다.
친부와 계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몸에 든 멍은 아들이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고 부인했지만, 추궁 끝에 일부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계모에게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하고, 친부에게는 상습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 검찰 송치할 예정이다. 당초 경찰은 계모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했지만, 상습적인 학대가 결국 C군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죄명을 변경했다.
21일 오전 6시 기준 이 청원의 동의 수는 2500여명이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안에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게 된다. 안건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정부에 이송되며, 정부는 처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