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수술 중 “수혈 필요해”…AI가 예측해 준다

입력 2023-02-20 18:45
국민일보DB

장기 이식이나 심장 수술 등 고위험 수술 중 대량 출혈로 인한 수혈의 필요성을 인공지능(AI)이 정확히 예측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20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이승미 교수팀이 수술 중 대량 수혈의 필요성을 높은 정확도로 실시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대량 수혈은 1시간 동안 3팩 이상의 적혈구를 수혈하는 수술 중 행위를 말하며, 주로 고위험 환자 수술 이뤄진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예측 모델은 수술 중 대량 수혈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혈 시작 10분 전에 정확도 높은 예측이 가능해진다. 또 고위험 환자에 대한 조기 개입이 가능해져 치료 결과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술 중 대량 출혈은 합병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적시 수혈을 통해 출혈을 조절해야 한다.

적절한 대량 수혈 처리 및 관리를 위해서는 여러 의료진이 한팀을 이루고 혈액제제를 준비하는 등 시간이 소요된다. 긴박한 수술 상황에서 이런 시간 소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혈 시점을 조기에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의 간 이식, 심장수술 등 고위험 수술 상황에서 대량 수혈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들이 다수 진행돼 왔으나, 높은 예측 성능을 입증한 모델은 부재했다. 그 이유는 기존 연구들은 수술 중 매개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전적으로 수술 전 요인만을 고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마취통증의학과 이형철 교수팀과 함께 대량 수혈에 대한 수술 전 예측 모델을 1차로 구축하고, 환자 산소포화도, 혈역학 모니터링 데이터 등 수술 중 매개변수를 통합한 ‘실시간 수술 중 대량 수혈 예측 모델’을 최종 구축했다.

이어 2016~2019년 서울대병원과 2020~2021년 보라매병원에서 수술 중 침습적 혈압 모니터링을 받은 총 1만8480명 환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모델과 새로 개발한 모델 간 대량 수혈 지표 성능을 비교 분석했다. 대량 수혈 지표는 수술 시작 10분 후 수술 중 활력 징후 기록에서 추출한 수술 중 특징을 사용해 대량 수혈 위험도를 계산한 값이다.

분석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실시간 수술 중 대량 수혈 예측 모델’은 AUROC 지표(예측 모델 성능 평가지표, 1에 가까울수록 성능 우수) 0.972의 높은 측정 결과를 나타내 결과적으로 예측 성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수술 전 예측 모델(AUROC 0.824)을 훨씬 능가하는 정확도다.

연구팀은 “이는 실시간 수술 중 예측 모델을 활용하면 대량 수혈의 필요성을 조기에 파악 가능해져 수술 중 고위험 환자에게 적시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승미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실시간 수술 중 대량 수혈 예측 모델’은 예측 정확도가 높아, 대량 수혈이 필요한 고위험 환자군을 조기에 선별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향후 수술 현장에서 인공 지능을 이용한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