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거세진 ‘문과침공’… 서울대 인문계 지원자 과반이 이과생

입력 2023-02-20 18:20
지난해 11월 강남대성학원에서 열린 대입 수능 가채점 및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가 대입 배치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수능 2년 차인 2023학년도 이과 학생들이 높은 표준점수를 바탕으로 인문계열에 교차지원하는 이른바 ‘문과침공’ 현상이 전년보다 심해졌다.

진학사는 20일 자사 정시 서비스를 통해 실제 지원 대학이 확인된 서울대 인문계 지원자 중 과반인 53.75%가 이과생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4.75%에서 무려 9.0% 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실제로 올해 서울대 인문·사회계열 정시 최초 합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과생이었다.

서울대는 이번 정시에서 교과평가를 도입하고 평가 항목에 ‘과목 이수 내용’을 둬 ‘진로·적성에 따른 선택 과목 이수 내용’을 평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보다 교차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이과생들이 이런 불리함을 무릅쓰고 인문계열에 대거 지원한 것으로 진학사는 풀이했다.

서울대뿐 아니라 서강대(74.63%), 연세대(67.42%), 한양대(61.46%) 등의 대학 인문계에서는 60% 이상의 교차지원율을 기록했다.

전체적인 교차지원 경향도 지난해보다 더 뚜렷해졌다. 올해 진학사에 인문계 지원 사실을 입력한 9만147명 중 이과생은 2만4379명으로, 그 비율은 27.04%였다. 지난해 25.88%에서 1.16%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통합수능 이전인 2021학년도에 이과생들의 교차지원 비율이 0.8%였던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반면 성균관대는 교차지원 비율이 지난해보다 3.67%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 교차지원 비율도 23.37%로 서울 주요 6개 대학 중 가장 낮았다.

우 소장은 “이는 2022학년도부터 탐구영역의 변환 표준점수를 사회탐구에 더 높게 책정해 이과생들의 교차지원을 줄이려고 노력해온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과생의 문과 교차지원 배경으로 꼽히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올해로 세 번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우 소장은 “대체로 대학들은 교차지원을 막기 위한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에도 교차지원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