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지난여름부터 전남의 한 산업단지 안에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는 공장을 짓기위해 준비했다. 1000억원을 투자하는 친환경 산업이다. 단지를 운영하는 기관에 공장 설립을 문의했으나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단지 업종 기준이 2010년 기준에 머물러 A사처럼 신산업을 하는 업체는 입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A사 관계자는 2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하루라도 빨리 공장을 돌려서 시장을 선점한다는 게 우리 계획이었는데 업종분류코드가 없어서 공장을 못 짓는다는 게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친환경 사업체가 규제에 가로막혀 공장 부지를 구하기도 어려운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는 A사가 접수한 애로를 포함해 102건 해결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규제 때문에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과제는 25건, 금액으로는 11조69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계획한 생산과 투자를 차질 없이 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지원을 요청했다.
B사는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기준을 현실적으로 바꿀 것을 요청했다. 현행법 상 태양광 발전설비는 정남향 설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B사는 “ 건물의 옥상, 지붕 등에서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방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했다. 유럽과 미주 등에서는 다양한 방향으로 설치할 수 있는 도심 발전기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대한상의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는 민관 합동 규제 개선을 위한 채널이다.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7개 지역센터에서 접수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국무조정실을 통해 소관 부처에 전한다. 또 부처의 검토 결과를 건의 기업에 피드백한다. 추가로 논의가 필요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로 전달해 이해관계자 협의와 현장점검이 진행된다.
센터에 접수된 건의 사항을 유형별로 보면 경영 애로가 36.3%로 가장 많았다. 이어 투자 애로(24.5%), 노동(14.7%), 환경(14.7%), 신산업(7.8%), 입지(2.0%) 등 순이었다. 전체 건의의 약 10%가 산업단지 입주 기준 완화와 인프라 개선 관련 요청이었다. 대한상의는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를 전국으로 확대·운영할 계획이다.
이상헌 대한상의 규제혁신팀장은 “법과 제도 등이 급변하는 경제·산업구조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규제애로 처리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관계부처에 신속한 처리를 촉구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