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3% 급증한 2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564억원으로 18.2%나 늘어났다.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로 설명되는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가는 6% 넘게 뒷걸음질을 쳤다.
SM은 20일 오후 2시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과 매출에서 모두 개선된 실적을 확인헀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단됐던 소속 가수‧그룹의 활동 재개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25.8% 늘어난 1511억원으로 집계됐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44억원까지 73%나 뛰었다.
SM은 “지난해 NCT 드림, 레드벨벳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반 판매량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호조를 보였다. 국내·외에서 NCT 127, NCT 드림, 슈퍼주니어 등의 콘서트가 35차례 진행돼 공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2021년 4분기 자산 매각으로 발생한 197억원의 일회성 수익의 역기저효과가 반영돼 52.8% 감소한 9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해 연간 매출(연결기준)은 8484억원으로 20.9%, 연간 영업이익은 935억원으로 38.5%씩 증가했다.
SM은 “올해 상반기에도 음반, 음원, 콘서트 수익 호전이 이어질 것”이라며 “2분기에는 에스파, 샤이니의 정규음반과 NCT의 유닛 미니음반 발매가 예정돼 있다. 동방신기, NCT 드림의 콘서트가 50차례, 에스파의 일본 콘서트가 10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라고 제시했다. SM은 NCT, 보아, 키, 레드벨벳, 태연을 포함한 소속 가수‧그룹의 콘서트를 줄지어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SM 주가는 실적에 역행했다. 코스닥시장에서 6.38%(8300원) 급락한 12만1800원에 마감됐다. 4%대였던 낙폭이 실적 발표 이후에 확대됐다. 다만 장 초반 12만1700원까지 빠졌던 일간 저점을 다소 만회하는 데 그쳤다.
SM 주가에서 12만원은 소액주주의 투자 심리와 팬심을 반영하는 가격으로 평가된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는 SM 인수를 추진하면서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12만원을 공개매수 가격으로 제시했다. 12만원을 넘는 주가에서 하이브는 소액주주 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SM 소액주주, 이른바 ‘SM 개미’들이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기는 탓이다.
SM 주가는 지난 16일 장중 13만3600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그 이후 12만원대로 돌아왔다. 결국 경영권 분쟁 내내 12만원을 기준선으로 두고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M 경영권 분쟁은 ‘현재 경영진 및 카카오’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및 하이브’의 양 진영으로 나뉘어 전개되고 있다. 이 전 총괄은 카카오에 대한 SM 경영진의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을 막아 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첫 심문기일은 오는 22일이다.
SM 주가는 가처분신청 인용 여부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확인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조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SM 경영진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날 오전 공시한 ‘공개매수에 관한 의견표명서’에서 “본 공개매수는 당사와 아무런 협의나 논의 없이 공개매수자(하이브)가 당사 최대주주(이 전 총괄)와의 별도 합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M 경영진은 “이런 적대적 방식의 공개매수 시도는 K팝 문화를 선도하는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공헌한 아티스트와 임직원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임과 동시에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