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세상을 잇는 1+1” 샘솟는기쁨 비비투 이야기

입력 2023-02-20 12:27
강영란 샘솟는기쁨 대표와 이진호 비비투 대표. 사진=샘솟는기쁨 제공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지적 회심을 돕는 ‘책 읽는 그리스도인’ 시리즈, 이번엔 출판인 이야기다. 세상과 교회의 다리가 되는 책을 모토로 ‘1+1’을 꿈꾸는 도서출판 샘솟는기쁨(대표 강영란)과 비비투(VIVI2·대표 이진호)가 주인공이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수표로의 한 건물 4층에 위치한 기독 출판사 샘솟는기쁨에서 강영란(63) 대표를 만났다. 강 대표는 같은 사무실에 있는 샘솟는기쁨의 임프린트 비비투의 이진호(67) 대표를 바라보며 “편의점에서 만나실 수 있는 원 플러스 원입니다”라고 말했다. 부부 사이란 얘기다.

임프린트는 한 출판사에 속한 별도의 하위 브랜드를 말한다. 기독 출판사 샘솟는기쁨이 한국교회의 본질을 다룬 책을 출간한다면 비비투는 생애교육 분야에서 일반 출판으로 확장 가능한 책들을 선보인다. 크리스천뿐만 아니라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도 읽을 수 있는 책을 기획한다. 교회와 세상을 잇는 ‘1+1’ 구조다.

샘솟는기쁨이 발간한 책들. 사진=샘솟는기쁨 제공

강 대표는 정음사, 자음과 모음 등 일반 출판사에서 밀리언셀러를 기획한 편집장 출신이다.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다. 자음과 모음에서의 말년은 임프린트 ‘강같은평화’의 CEO를 맡아 활약했고, 2012년 독립해 도서출판 ‘샘솟는기쁨’을 시작했다. 출판사 이름은 복음성가 ‘내게 강같은 평화’에서 비롯했다. ‘내게 강같은 평화’의 2절은 ‘내게 바다같은 사랑’이고 3절이 ‘내게 샘솟는 기쁨’이다.

“큰 교회 목사님의 설교집, 해외 유명 저자의 번역물 등에 치우친 기독 출판을 넘어서고 싶었습니다. 그건 공급자 위주거든요. 중요한 건 독자 중심의 키워드입니다. 독자와 시대가 원하는 콘텐츠를 기획하다 보니 덜 유명하더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가진 저자를 발굴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바꾸는 현장을 조명하는 책들이 다수입니다.”

강 대표 말대로 샘솟는기쁨의 책들은 현장성이 강하다. 2012년 처음 발간한 책은 ‘사람이 별미입니다’였다. KBS 개그맨 출신으로 정상의 자리에서 돌연 방송을 접고 유학길에 올랐던 ‘밥풀떼기’ 김정식 목사, 장애인들과 함께 20년 가까이 예온교회를 섬기는 이야기를 다뤘다. 교회에서도 세상에서도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2015년 ‘슬픔학개론’은 목회자가 선보인 본격 죽음 연구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를 짓누른 죽음과 상실의 문제 앞에서 저자인 윤득형 목사가 오랜 세월 아버지의 루게릭병을 마주한 이후에 미국 시카고신학대학원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등에서 공부하면서 호스피스 임상목회를 다룬 내용이다. 2019년 ‘이야기 청소년신학’은 교회를 떠나는 다음세대를 위한 신학을 말한다. 2020년 ‘연애신학’은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연인들을 위한 실제적 지침을 담아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다.

샘솟는기쁨과 비비투의 최신작들. 사진=샘솟는기쁨 제공

최근작 ‘마음에 길을 내는 하루’는 20년 미자립 개척교회의 사모가 문학성이 탄탄한 글로 마주하는 사역의 마이크로 한 현장을 담고 있다. 믿음의 유업을 가진 작은 자들이 매크로 한 현실뿐만 아니라 마이크로 한 현장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샘솟는기쁨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고전을 기독교 시각으로 새롭게 조명하는 것도 샘솟는기쁨이 해온 일이다. ‘빛이 있는 동안 빛 가운데로 걸으라’는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집인데, 그의 회심 이후 작품들만 모았다. 날카로운 감성이 부드러워지면서 삶의 본질을 마주하고 영혼의 기쁨을 표현한 단편들이 모여 있다. ‘본회퍼의 선데이’는 히틀러에게 맞서 옥중 순교한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가 쓴 자전적 소설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했다. ‘파스칼의 팡세’ 역시 기독교 변증을 위해 새로이 가려 뽑은 번역물로 하나님 없는 인간 존재의 비참함을 말하는 책이다. 강 대표는 “팡세를 철학책으로만 읽으면 느낄 수 없는 경지, 블레즈 파스칼의 절절한 신앙고백이 담긴 글을 원래대로 되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샘솟는기쁨 강영란 대표와 비비투 이진호 대표. 사진=샘솟는기쁨 제공

남편인 이진호 비비투 대표는 사진가 출신이다. 필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오랜 기간 예술 사진을 찍어왔고, 백화점 대기업 등의 광고사진도 맡았다. 오는 8월에는 프랑스 프로방스의 예술단체 초청으로 사진 입주작가로 활동하게 되는 등 여전히 현역이다. 텍스트에 몰입하는 편집자 출신 부인과 이미지에 특화된 사진가 출신 남편이 같이 활동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이 대표의 말이다.

“강 대표가 텍스트에 집중해 원고를 검토하고 책을 기획하다 보면 경영이나 디자인, 다른 숫자들을 일일이 챙기기 어렵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기독교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르신 곳이 곧 예배의 자리란 소명으로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른 비와 늦은 비를 적당한 때에 내리시는 것처럼 저희도 기독교 예술이나 출판계의 후배들을 위해 씨 뿌리는 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