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학교인 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예방접종 주사를 맞았다가 사망한 경우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 신청을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정상규)는 A군 모친이 “예방접종 후 피해보상 접수를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군은 2019년 영재학교(고교 과정) 입학을 앞두고 예방접종을 받았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 특성상 학교 측은 신입생들에게 A·B형 간염과 장티푸스 백신 예방접종을 요구했다. A군도 그해 1월 중으로 보건소와 의원 등에서 백신접종을 마쳤다. 그런데 6개월 뒤인 7월 A군은 돌연 집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는 ‘사인 불명’이었다.
A군 모친은 2021년 11월 “아들이 예방접종으로 인해 숨졌다”며 질병관리청에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A군 모친은 이 반려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질병관리청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A군이 받은 예방접종을 ‘국가지정 필수 예방접종’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재판부는 당시 예방접종은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학교 측이 자체적으로 추진한 일인 만큼 국가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감염병예방법상 국가지정 필수 예방접종에는 A군이 맞은 간염·장티푸스 백신이 포함된다. 다만 A형 간염은 ‘12~23개월의 소아’, B형 간염은 ‘모든 신생아 및 영아’, 장티푸스는 ‘보균자와 밀접 접촉했거나 유행지역 여행자 등’으로 그 대상이 제한돼 있다. 해당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A군의 경우는 국가 보상을 신청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기숙사 생활과 단체급식을 하고 해외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있어 학교 측에서 접종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장티푸스가 유행하는 지역으로 여행하는 사람’으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