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오전 평남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해당 미사일의 비행거리, 고도, 속도 등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이틀 만이다. 올해 들어서는 세 번째 도발이다. 이는 한·미가 북한의 ICBM 도발에 대응해 전날 한반도 상공에서 미국 B-1B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연합훈련을 진행한 것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풀이된다.
북한도 이날 오전 7시 동해상으로 전술핵 공격수단인 초대형 방사포 2발을 사격했다고 직접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인민군 서부전선장거리포병부대 해당 방사포병구분대가 20일 아침 7시 방사포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며 “위력 사격을 실시할 데 대한 명령에 따라 600㎜ 방사포를 동원하여 발사점으로부터 각각 계산된 395㎞와 337㎞ 사거리의 가상 표적을 설정하여 동해상으로 2발의 방사포탄을 사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격에 동원된 600㎜ 방사포에 대해 “우리 군대의 최신형 다연발 정밀공격무기체계로서 적의 작전비행장당 1문, 4발을 할당해둘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 공격수단”이라며 “국방과학원과 핵무기연구소는 방사포탄의 위력에 대하여 4발의 폭발 위력으로 적의 작전비행장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게 초토화할 수 있다는 확고한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전술핵공격수단인 초대형방사포를 동원한 오늘의 사격훈련을 통하여 공중우세를 자고자대(自高自大)하는 미국, 남조선 연합공군역량에 대한 인민군대의 철저한 억제 준비 태세와 대응 의지가 남김없이 과시됐다”고 자평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올해 세 번째 담화에서 지난 18일 발사한 ICBM ‘화성-15형’에 대한 남측의 평가를 반박하며 “태평양을 우리의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 성격에 달려 있다. 정세를 격화시키는 특등광신자들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할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언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과 한·미 연합훈련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미국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최근 조선반도(한반도) 지역에서 미군의 전략적 타격 수단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이 우리 국가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 관계를 치밀하게 따져보고 있으며 직간접적인 그 어떤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상응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이 기회에 다시금 기정사실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또 발사 소요시간, 연료 앰풀화, 대기권 재진입 등 북한의 ICBM 기술에 의문을 표한 남측 전문가들의 평가를 일일이 반박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남조선 바보들이 노는 꼴을 구경거리로 보고 있다”며 “그러다 보면 또 이렇게 한번 조롱하며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군 한다”고 했다.
이어 “분명히 하지만 우리는 (대기권 재진입 등의) 만족한 기술과 능력을 보유했으며 이제는 그 역량 숫자를 늘리는 데 주력하는 것만이 남아 있다”며 “남의 기술을 의심하거나 걱정해줄 것이 아니라 자기를 방어할 대책에나 보다 심중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특히 이번 ICBM 도발이 명령 ‘하달’부터 ‘발사’까지 9시간 넘게 소요됐다는 남측 전문가 지적에 발끈했다. 그는 “어제 하루 지켜보았는데 추측, 억측, 나름대로의 평가…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더라”면서 “기습발사라는 개념은 발사명령이 하달되어 발사까지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군인들은 명령서에 지적된 가장 적중한 시간 즉 일기 조건에 따르는 시정거리 관계와 공중정찰에 동원되었던 적 정찰기 7대가 다 내려앉은 15시30분부터 19시45분 사이의 시간을 골라 중요한 군사행동을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에는 오늘일지 내일일지는 몰라도 보나마나 또 언제나 입버릇같이 외우던 대로 군부 것들은 북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정보자산을 동원하여 집중 감시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변명을 지껄일 것이 뻔해 보인다”고 비아냥댔다.
앞서 북한은 지난 18일 오후 5시22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ICBM 화성-15형을 고각으로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약 900㎞를 비행하고 동해상에 낙탄했다. 한·미는 이에 대응해 한국 공군 F-35A와 F-15K 전투기 및 미 공군 F-16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으로 진입하는 미국 B-1B 전략폭격기를 호위하면서 연합 편대비행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연합 비행훈련을 19일 펼쳤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