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무거워”…백종원이 말했다, 예산시장 살린 이유

입력 2023-02-20 04:36 수정 2023-02-20 09:45
백종원 더본 더본코리아 대표가 19일 KBS뉴스에 출연해 '예산시장 살리기'로 닻을 올린 지역 상생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BS 보도화면 캡처

“제가 생각하는 미래는 지역도 활성화되고 경기가 활성화돼서 정말 서로 같이 안정적으로 재미있게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충남 예산시장(市場) 리모델링 사업을 성공시키며 지역 상생 프로젝트의 닻을 힘차게 올린 백종원(56) 더본 더본코리아 대표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마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일 KBS뉴스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백 대표는 새단장한 예산시장에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렇게 금방 반응이 올 줄은 생각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 음식이 많은 분에게 관심이 있는 품목이니까 그걸로 일단 시장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반응을 해 주신 것 같다”고 뿌듯해하면서도 “보람도 있지만 사실 어깨가 더 무겁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2020년 예산군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예산은 그의 고향으로, 현재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립학교 예산학원이 위치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는 “학생 수가 점점 줄어드는 걸 보고 이게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다”며 “지역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 여러 가지를 고민했다”고 돌이켰다.

백종원 더본 더본코리아 대표가 19일 KBS뉴스에 출연해 '예산시장 살리기'로 닻을 올린 지역 상생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예산시장 내 한 식당에 줄 서있는 관광객들. KBS 보도화면 캡처

그렇게 생각해낸 게 ‘음식’이었다. 백 대표는 “제가 아무래도 외식업을 하다 보니까 해외를 많이 다녔는데, 지역의 특산물이나 특성을 이용해 먹거리를 만들고 관광지화하면 어떤 반응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그리고 젊은이들이 ‘귀농’을 한다고 하면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데, 농사 외에도 먹거리로 벌이가 되면 더 많은 분이 오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그는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먹거리와 관광이 공존하는 지역들이 부러웠다. 관광객으로 인해 외화벌이도 엄청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가 관광 쪽으로도 좀 더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또 다른 틈새시장을 노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재미있지 않나”라며 웃음을 지었다.

새로 단장한 예산시장은 지난달 9일 문을 열었다. 백 대표는 기획, 인테리어, 공사 현장 지휘, 매장 집기 세팅, 메뉴 개발 등 모든 단계 작업에 관여하며 일부 식당을 재탄생시켰다. 원래 하루 평균 방문자가 20명에 불과했던 예산시장은 현재 일일 수천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한 달 만에 이곳을 찾은 방문객이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백종원 더본 더본코리아 대표가 19일 KBS뉴스에 출연해 '예산시장 살리기'로 닻을 올린 지역 상생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BS 보도화면 캡처

백 대표는 3월 한 달간 예산시장이 휴장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알렸다. 그는 “초기 반응이 좋은데 이제 2단계, 3단계 준비한 걸 보여드리기 위해 한 달간 재정비하고 4월에 다시 문을 연다”며 “오셨던 분들이 다시 또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곳을 만들기 위해 시장 안에 있는 옷 가게, 신발 가게 등 ‘사갈 거리’를 관광객 눈높이에 맞춰 준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젠트리피케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그 결과 원래 있던 소상공인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백 대표는 “그래서 제일 처음 한 일이 매장 매입이었다. 5곳을 매입한 상태고, 추가로 더 매입하고 있다”면서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올라가지 않도록 억지력 있는 가게들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백 대표는 현재 타 지역 활성화 작업도 올해 말이나 내년 오픈을 목표로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장소는 함구했다. 준비가 완료되기 전에 사람들이 몰리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예산과 같은 형태의 재래시장 살리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빈집들을 예쁘게 잘 꾸며서 관광객들이 올 수 있는 곳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두 번째 시도”라고 귀띔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