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8일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기습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올해 첫 ICBM 도발이다. 가장 최근에 쏜 ICBM은 지난해 11월 ‘화성-17형’이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담화에서 “적의 행동 건건사사를 주시할 것이며 우리에 대한 적대적인 것에 매사 상응하고 매우 강력한 압도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며 고강도 도발을 본격화할 것을 예고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날 미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동원한 불시 연합공중훈련으로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제1붉은기영웅중대가 2월 18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5형을 최대사거리 체제로 고각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사일은 최대 정점고도 5768.5㎞까지 상승해 거리 989㎞를 4015s(초)간 비행해 조선 동해 공해상의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으며 강평에서 ‘우’를 맞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미사일총국의 지도하에 실시된 이번 ICBM 발사 훈련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불시에 실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ICBM을 다른 탄도미사일처럼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언제든 고강도 무력도발을 벌일 준비가 돼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이번 ICBM 도발은 미국이 지난 16일 북한을 겨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소집하고, 한·미 군 당국이 오는 22일 북핵에 대응하는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과 3월 대규모 연합훈련을 예고한 데 대한 반발 성격으로 풀이된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 것들을 상대할 의향이 없다”면서도 “마냥 ‘용감무쌍’한 척 삐칠 데 안 삐칠 데 가리지 못하다가는 종당에 어떤 화를 자초하게 되겠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NSC 상임위는 “북한 내 심각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의 인권과 민생을 도외시하며 대규모 열병식과 핵·미사일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도발을 통해 북한이 얻을 것은 국제사회의 혹독한 제재뿐”이라고 규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의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과 대규모 연합훈련을 명분으로 삼아 고체연료 추진 ICBM 발사나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해 북한 도발이 국방력 발전에 따른 일상적 행위로 이뤄졌다면, 올해는 한·미를 직접 겨냥한 대응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북한이 ‘압도적 대응’을 강조한 만큼 고강도 도발의 시작을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도 “북한이 기습적 훈련을 감행하면서 정치적·군사적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