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하락하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지난주 5개월 만에 보합으로 전환했다. 규제 완화 기대감 등에 급매물 위주 거래가 늘며 가락 하락세는 주춤해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신중론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19일 부동산R114 집계 결과를 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변동률은 0.00% 기록했다. 지난달 13일(-0.15%) 이후 4주 연속 낙폭을 줄이며 마이너스 구간에서 벗어났다. 보합으로 전환하기는 지난해 9월 16일 이후 21주 만이다.
재건축을 제외한 서울 일반 아파트의 지난주 매매가격 변동률은 -0.07%로 전 주와 같았다. 서울 전체로도 전 주와 동일하게 0.06% 하락했다.
지난 10일 기준 -0.05%였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변동률은 지난주 -0.06%로 소폭 확대됐다. 경기·인천이 같은 기간 -0.05%에서 -0.07%로 낙폭을 키운 탓이다.
서울은 올 들어 송파·강동구 대단지와 노원구 재건축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급매물 소화 수준에 그치면서 가격 약세는 계속됐다. 관악(-0.40%) 도봉(-0.29%) 구로(-0.27%) 강남·광진·성북(각 -0.13%) 금천(-0.11%) 종로(-0.08%) 순으로 하락했다.
수도권 신도시는 광교(-0.26%) 평촌(-0.20%) 동탄(-0.10%) 파주운정(-0.06%) 분당·산본(각 -0.03%) 순으로 내렸고 일산·판교·위례 등 나머지 지역은 보합(0.00%)을 보였다. 1기 신도시가 -0.08%에서 -0.05%로 낙폭을 줄인 반면 2기 신도시의 하락폭이 -0.04%에서 -0.06%로 커졌다. 새 아파트 입주 영향으로 수원 광교와 화성 동탄의 하락폭이 전 주보다 확대된 영향을 받았다.
경기·인천은 시흥(-0.19%) 수원(-0.16%) 용인(-0.14%) 고양(-0.11%) 인천(-0.10%) 김포(-0.06%) 부천(-0.06%) 순으로 내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잇딴 규제 완화책에 대한 기대감과 대출 규제 완화 영향으로 고점 대비 수억원 내린 급매물부터 순차적으로 소화되는 분위기”라며 “1기 신도시도 분당·일산 일부 단지에 문의가 늘면서 가격 하락이 주춤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은 오랜 기간이 걸리고 추진 과정에서 초과이익환수제, 조합 간 의견조율 문제 같은 걸림돌이 산재한 만큼 규제 완화 기대감만으로 거래가 지속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계속되는 전셋값 약세, 실물경기 침체 우려 등을 감안하면 ‘매수 회복세 진입’으로 해석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전문가들의 공통 견해다.
여 연구원은 “지난해 말에 비해 올해 1월 아파트 거래가 늘었지만 매수세가 본격 회복됐다고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급매물 소진 후 시세 하한가가 소폭 오를 수 있겠지만 수요자들의 추격매수 자제로 가격 반등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