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와 맥주 가격이 지난해 오른 데 이어 올해 또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세가 지난해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원재료·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 오름세도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세금 인상은 통상 주류회사의 출고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대부분 5000원대에 형성돼 있는 식당에서의 1병당 소주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19일 기획재정부와 주류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은 지난해 가격에서 리터(L)당 30.5원 오른 885.7원이 된다. 지난해 리터당 20.8원보다 인상 폭이 더 커지는 셈이다. 계속 오르는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전기료 등도 맥주 출고가를 인상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소주는 맥주처럼 주세가 인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원가 부담이 출고가 인상을 압박하는 중이다. 소주는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드는데, 지난해에만 주정값이 7.8% 올랐다. 10개 주정회사가 공급하는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10년 만에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주정값이 올랐음에도 상당수 주정회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주정의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과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가격 역시 상승하며 경영 환경이 이전보다 악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주정회사 중 진로발효와 MH에탄올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1년보다 각각 66.6%, 6.0% 감소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상당수 주류업체는 이 같은 점들을 종합했을 때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출고가가 오를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제병 업체의 소주병 공급 가격이 병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20% 넘게 오른 것도 부담이다.
주류업체들은 지난해 이미 소주와 맥주 출고가를 3∼6년 만에 일제히 인상했다. 국민 정서상 주류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어 몇 년간 쌓인 인상 요인을 지난해 몰아 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주류업체의 출고가를 인상은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자가 사는 술 가격에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소주의 경우 지난해 1병 출고가가 85원가량 오르면서 마트와 편의점 판매 가격도 100∼150원 올랐다.
식당 판매 가격 인상 폭은 이보다 더 크다. 지난해 외식산업연구원이 일반음식점 외식업주 130명을 조사한 결과 55.4%가 소주 출고가 인상에 따라 소주 판매가를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미 올린 업주들은 병당 500∼1000원을 인상했다고 했다.
음식값보다 술값을 올리는 게 수월한 데다 500원~1000원 단위로 올리는 경향을 생각하면 식당에서 사 먹는 소주 가격은 6000원대에 형성될 수 있다. 다른 원가 부담까지 술값에 얹어 인상 폭을 크게 가져가는 것이다.
다만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들은 아직 올해 출고가 인상 여부를 보류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1월 이미 맥주 출고가를 올린 만큼 올해 추가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