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직적인 중고 사기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다른 사람 명의의 계좌를 활용해 물건 대금을 받고 잠적하는 전형적인 중고 사기 수법인데, ‘동네인증’ 등으로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평가되는 당근마켓에서도 활개 치고 있다. 사기 일당은 거래 중 사기 거래가 발각되면 피해자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스스로 ‘대포’(대포통장)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A씨는 지난 7일 30만원짜리 신세계상품권 2장을 당근마켓에서 구매하다 사기를 당했다. 총 60만원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판매자는 55만원에 올렸다. A씨가 판매자가 안내한 계좌로 돈을 입금했더니, 판매자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한 뒤 또 상품권 판매 게시글을 올렸다. 우연히 이를 발견한 A씨가 사기를 의심하며 연락처를 요구하자 판매자는 잠적했다.
그리고 지난 13일 다른 계정에서 또 신세계상품권 2장을 54만5000원에 올린 글이 보였다. 이미 한 차례 사기를 당한 A씨는 사기 일당을 쫓고 싶은 마음에 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에 안내받은 계좌번호는 다른 명의의 계좌번호였다. 판매자는 사기 이력을 검색할 수 있는 ‘더치트’에서 피해 신고가 없는 계좌인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A씨가 계속해서 사기를 의심하자 판매자는 그제야 본색을 드러냈다. 판매자는 “들으면 경악할 것”이라면서 A씨가 지난 6일 사기를 당한 피해 금액과 입금한 계좌명을 유추할 수 있는 초성을 보내왔다. 그러면서 “멍청한 XX, 네가 멍청한 거야” “대포인데 어떻게 잡게” 등의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피해자는 이를 근거로 “사기 일당이 조직적으로 여러 계정을 활용하면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포’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빌려 쓰는 불법 통장을 의미한다. 즉 피해자들이 거래 대금을 입금하고 물건을 받지 못하더라도, 계좌 명의자를 추적해서는 사기 일당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계좌 명의자들은 정확한 내용을 모른 채 사기 일당에게 일정 부분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계좌를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대면 거래가 쉬운 상품권 거래에 있어서 조직적인 사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대화한 두 계정 모두 동네인증이 돼 있었고, 판매 이력도 있었다.
피해자들 “당근마켓 연락도 안돼” 분통
당근마켓은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사기 피해를 입었을 경우 빠르게 신고하실 수 있도록 채팅창, 대상자의 프로필 화면 등 서비스 곳곳에 신고하기 기능을 배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신고가 접수될 경우 문제 행위가 적발된 사용자는 그 즉시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또 “사기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절대 용인될 수 없는 강력한 범죄로 수사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오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당근마켓의 대처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피해자는 “돈을 입금한 뒤 30분 정도 지나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당근마켓에 몇 차례 신고했지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 뒤늦게 받은 연락조차 너무나 안일하고 형식적인 내용이었다”며 “현재와 같은 대응 시스템에서는 사기 행각으로 인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 내에는 고객센터 연락처조차 공개돼 있지 않다”며 “메시지를 보내놓고 당근마켓의 답변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그사이에도 피해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기를 예방하거나 사기 진행 중에 대응하기에는 매우 취약한 구조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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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