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초·중·고 기독교 사립학교는 학교 정관에 ‘기독교적 정체성’을 명시했지만 채플 편성이 연 3~5회에 불과한 학교도 12.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 상황에 따라 신앙교육의 여건이 다른 만큼 상황별 신앙교육 맞춤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신학대가 아닌 기독교 대학의 경우 비기독인 학생이 많은 만큼 전통적 예배 형태보다 기독교 신앙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기독교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8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독교학교 신앙교육 활성화 연구 세미나 및 공청회’에서 나왔다. 세미나와 공청회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기독교연구소), 백석대학교, 한국기독교학교연뱅, 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와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발표한 조사는 기독교연구소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기독교 초·중·고등학교와 기독교 대학으로 구분해 진행됐다.
기독교연구소 이종철 부사장은 ‘초·중·고 기독교학교 신앙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밝혔다.
기독교 학교라고 밝혔음에도 학교마다 채플 편성 등 신앙교육에 편차가 있었다. 하지만 신앙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세례를 받거나, 교회에 출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사는 333개 초·중·고 기독교 사학 중 설문에 답한 초등학교 7개, 중학교 20개, 고등학교 39개 등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한 학교 중 61개 학교는 정관에도 ‘기독교 학교’라 명시돼 있었다. 기독교적 정체성 인식을 점수로 환산하면 10점 만점에 8.29점이었지만 고등학교는 이보다 낮은 7.95점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각각 9.29점, 8.6점이었다.
채플 편성방식과 주당 횟수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정규시간에 편성했다는 응답이 69.2%로 가장 많았고 추가편성은 15.4%, 아침 조례 시간 활용 등 기타는 15.4%였다.
편성 횟수도 주 1회가 72.3%로 가장 많았다. 눈길을 끄는 건 연 3~5회 정도만 채플을 갖는다는 학교가 8개(12.3%)나 됐다는 점이다. 기독교 사학임에도 그 정체성을 정관에 넣지 않은 학교가 4개인 점과 비교했을 때 기독교 학교라는 걸 알리고도 채플을 여는 게 쉽지 않은 학교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 같은 환경에도 기독교 사학이 신앙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조사 내용도 있었다.
‘학교에 입학한 뒤 세례를 받은 학생이 있냐’는 질문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조사에서 세례를 주는 중학교는 6개, 고등학교는 16개였다. 초등학교의 경우 코로나에 상관없이 세례자가 없었다. 세례를 주는 학교에서는 코로나 전후로 세례자 수에서 차이가 생겼다.
중·고등학교에서 세례를 준 학교의 경우 코로나 전인 2019년 각각 49.3명, 53.1명이었지만 2021학년도엔 각각 27.3명, 17.7명으로 급감했다.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신앙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세례자 수 감소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앙교육을 통해 교회로 학생을 인도하는 경우도 코로나를 계기로 차이를 보였다. 2019년 15개 고등학교에선 522명의 학생을 교회로 이끌었지만 코로나 영향을 받은 2020학년도와 2021학년도엔 각각 167명, 154명만 교회로 인도됐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독교 학교가 ‘주 1시간 채플, 주 1시간 종교 수업’을 사수하던 데서 벗어나 학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 부소장은 “기독학생 비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학교는 신앙교육에 적극적이며 30~50% 정도만 돼도 기독 학생들 중심으로 긍정적인 방식을 취할 수 있다”면서 “10% 미만이면 이와 달라야 한다. 학교 상황에 맞는 최적의 신앙교육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함영주 총신대 교수는 ‘기독교 대학 채플 및 기독교 교과 운영 실태조사’를 전했다. 최근 기독교사립대학에서의 채플과 기독교 교과목 등에 대한 자율적 운영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진행된 조사다. 102개 기독교 대학 중 응답한 비율은 25.4%(26개)였고 학교 유형은 신학대학교 기반, 일반대학교 기반, 신학대에서 출발해 일반대학처럼 운영하는 학교로 다양했다.
함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비기독교인 전도가 어려운 것처럼 기독교 대학 내에서도 비기독교인에 대한 전도나 신앙교육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신학대학 유형이 아닌 대학은 비기독교인 학생 비율이 높아 전통적 채플 방식보다 기독교 신앙과 관련돈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교육 일선에 있는 교육자들의 고민도 나왔다.
A고등학교 교장은 “교사를 채용할 때 교사 전문성과 신앙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많다. 결국 전문성을 우선하게 되는데 교단과 종교단체가 전문성 있는 교사들의 신앙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대구지역 B고등학교 관계자는 기독교 인력풀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교단 등에 지방 학교에도 기독교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