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북한 지령에 따라 국내에서 반정부 활동을 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사무총장과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을 체포했다. 이들은 북한 공작원과 동남아 등에서 접선해 지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과 경찰은 18일 오전 9시15분쯤 제주시 도당 사무실 인근에서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A씨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강제 연했다. 진보당 도당 측은 “이날 도당 사무실 이사를 하던 중 국정원과 경찰 관계자 10여명이 찾아 왔다”며 “당 관계자들과 1시간가량 대치하다 A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전농 사무총장 B씨도 이날 오전 8시15분쯤 제주국제공항에서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C씨도 이들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지만 말기 암 진단을 받아 건강상 이유로 체포되지 않았다.
이들은 제주를 중심으로 결성된 반정부 단체 ‘ㅎㄱㅎ’ 조직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ㅎㄱㅎ’는 ‘한길회’라는 이름의 초성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정확한 뜻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11월 9일과 12월 19일 두 차례에 걸쳐 A씨와 B씨, C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이들이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지령을 받아 반국가활동을 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반미 투쟁 확대’ ‘윤석열 규탄 배격’ ‘민노총 산하 제주 4·3통일위원회 장악’ ‘한미 군사훈련 중단’ ‘미 첨단 무기 도입 반대’ 등 지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은 이들 중 일부가 북한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생일 무렵 충성 맹세문을 보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A·B씨는 ㅎㄱㅎ 활동 과정에서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사상교육을 한 혐의도 받는다. 2019년 2월 제주에서 ‘북한 영화 상영식’을 열고 북한 영화 ‘우리 집 이야기’를 상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앞서 지난달 28일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조직원 4명을 체포한 바 있다. 네 사람 중 1명은 ㅎㄱㅎ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당국은 자통이 창원을 거점으로 전국 단위로 활동하며 ㅎㄱㅎ와 한 몸처럼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도내 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안탄압 저지 민주주의 수호 제주지역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국정원 제주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정부는 진보단체 등을 공안몰이의 표적으로 삼아 마녀사냥 하듯 불법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해 여론재판을 하고 있다”며 “2023년 벌어지고 있는 공안탄압은 비정상이며 반인권의 야만”이라고 비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