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극한 상황 속에서 십자가의 사랑을 실천해 ‘포로들의 성자’로 불리는 고(故) 맹의순 선생이 순교 70년 만에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한신대는 17일 경기도 오산 캠퍼스에서 열린 2022학년도 전기 학위 수여식에서 맹 선생에게 명예 졸업증서를 수여했다.
맹 선생은 1926년 1월 1일 평양에서 태어났다. 1947년 남대문교회 중등부 교사로 활동하면서 목회자가 되기 위해 한신대의 전신 조선신학교에 입학했다. 재학 중 한국전쟁이 터졌고 미군에게 인민군으로 오해를 받아 포로수용소에 갇혔다.
억울한 옥살이 중에도 그는 수용소 내에 광야교회를 세우고 포로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1952년 8월 11일 중공군 포로 수용 막사의 환자를 찾아가 간호하고 기도하던 중 쓰러져 26년 8개월의 짧은 생을 마쳤다. 맹 선생의 삶을 기리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이순창 목사) 총회는 지난 제103회 총회에서 그를 순직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강성영 한신대학교 총장은 “맹 선생은 전쟁 속에서 교회의 공적인 사명을 통해 복음의 참사랑을 삶으로 실천하다가 순교했다”면서 “석방될 기회마저 버리고 생명을 돌봤던 그의 이타적인 삶을 기리기 위해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명예 졸업장을 대신 받은 왕보현 남대문교회 장로는 “맹 선생은 전쟁이라는 가장 악한 상황에서 삶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실천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며 “그의 삶을 통해 증언된 십자가 정신이 엔데믹 시대 한국교회의 신앙유산으로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