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가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역외탈세 의혹과 관련해 사내 이메일을 발송하고 “앞으로 성립되지 않을 일”이라고 밝혔다.
17일 가요계에 따르면 박 CEO는 이날 오전 전 직원들에게 돌린 사내 이메일에서 “지난 며칠 간의 소식은 이 전 총괄과 SM 현 경영진 간의 과거사일 뿐 앞으로 하이브와 SM이 원칙대로, 투명하게 이끌어갈 미래에 성립되지 않을 이슈”라며 “당사는 라이크기획 이외의 다른 거래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전 총괄과의 지분 인수) 계약서에 (지분) 거래 시점을 기준으로 모든 (타사와) 거래를 중단하거나 해제하는 포괄적 문구를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돼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는,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이 전 총괄의 과거) 거래를 모두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며 “SM 현 경영진이 주장하는 ‘CTP를 통해 SM 수익의 역외탈세가 이뤄지는 비윤리적 운영 방식’은 (이 전 총괄과의) 지분 인수 계약으로 인해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이성수 SM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전 총괄의 역외탈세 의혹을 제기하고, 부동산 사업권 확보를 위해 SM 소속 가수의 곡을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 전 총괄의 처조카다. 한때 이씨와 동반자적 관계였지만, 지금은 SM 경영권 분쟁의 맞은편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이수만은 2019년 홍콩에 ‘CT 플래닝 리미티드’(CT Planning Limited‧CTP)라는 이름의 회사를 자본금 100만 달러를 들여 설립했다. CTP는 이수만 100% 개인회사로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며 “하는 일은 같은데, 계약 구조만 해외 레이블사와 해외판 라이크기획인 CTP를 거치도록 설정해 (영업 구조를) 기형적으로 바꿨다. 이수만은 SM과 레이블사 간 정산 전에 6%를 선취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라이크기획은 이 전 총괄의 개인회사다. 이 전 총괄은 2010년 SM 사내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뒤 라이크기획을 설립하고 SM에서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수주해 비용을 지난해까지 수령했다. 이에 SM 소액주주의 대표자를 자처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취지로 이 전 총괄의 비용 수령에 제동을 걸었다. SM은 결국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종료했다.
이 대표는 CTP가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지목하고 이 전 총괄의 역외탈세를 주장했다. 또 SM 여성 그룹 에스파의 컴백 지연이 이 전 총괄의 ‘나무 심기’에 대한 개인적 관심에 따른 프로듀싱 문제에서 비롯됐고, 그 이면에 부동산 사업권 관련 욕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SM 경영권 분쟁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SM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플랫폼 기업 카카오에 제3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확보했다. 이 전 대표는 유상증자 이후 SM 지분율 감소로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힘을 잃을 위기에서 하이브에 보유 지분 14.8%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분쟁의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 전 총괄의 역외탈세 의혹에 따라 SM 경영권 분쟁을 바라보는 시선은 하이브 쪽으로 쏠렸다. 박 CEO의 이날 사내 이메일이 주목을 받은 이유다.
박 CEO는 “(이 전 총괄의) 해외 프로듀싱을 통한 SM 프로듀싱에의 개입, 해외 자회사들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하이브로) 이전은 없다”며 “SM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은 지분 인수 과정이 완료된 뒤 글로벌 기업이자 K팝 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이 응당 지켜야 할 기준에 맞게 더 투명하고 적법한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영권 분쟁에도 주가를 높여왔던 하이브와 SM은 이날 증권시장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오전 11시7분 현재 하이브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67%(8900원) 하락한 18만1600원, SM은 코스피시장에서 2.43%(3200원) 밀린 12만8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