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울한 사람’ 아닌 힘든 시간 지나고 있는 보석 같은 사람”

입력 2023-02-17 11:03
신도림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힐링곰 꽁달이' 팝업스토어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고은지 작가. 사진=고은지 작가 제공.

12만 팔로워를 사로잡으며 MZ세대가 픽한 대세 인스타툰 작가 고은지의 ‘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가 출간됐다. 가장 뜨거운 반응과 지지를 얻었던 에피소드를 엄선하고 그동안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미공개 만화도 아낌없이 담아냈다. 만화에 다 담지 못한 작가의 내밀한 에세이와 셀프 카운슬링 Q&A를 추가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구성으로 만들어졌다.

출시하는 이모티콘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주인공 ‘힐링곰 꽁달이’는 정성들여 그린 그림과 반듯한 손글씨, 다정한 조언,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말랑말랑한 촉감을 자극하는 매력으로 인기몰이 중인 캐릭터다. 이 책은 삭막한 관계 속에서 오는 현대인들의 마음 고민을 캐릭터 간의 대화 상담을 통해 사려 깊게 풀어나간다.

심리상담사 출신 고은지 작가는 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 심리상담 및 치료를 전공했다. 정신 건강 의학과에서 심리 치료사로 일하면서 어디에도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는 현대인들이 많음을 느꼈다. 상담을 하면서 내담자의 입장에서 고민해 온 내용이 열 컷의 그림이 되고 위로를 전하는 지금의 심리툰이 됐다.

고은지 작가는 “문득 자신이 한없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상대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자꾸 떠올라서 괴롭고, 해결되는 것 하나 없이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린 날 ‘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를 읽어보길 바란다” 라며 “무조건적인 내 편, 힐링곰 꽁달이의 조언이 작지만 진한 위안과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고은지 작가와의 일문일답.

-책 소개를 부탁한다.

“2021년 ‘심리치료사가 그리는 힐링곰 꽁달이로 인스타그램에 연재를 시작했다. 마시멜로같은 폭신한 힐링곰이 친구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컨셉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연재된 만화들을 묶은 책이 ‘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이다. 경쟁사회에서 일과 인간관계에 지치면서도 내 마음을 알 수 없어 고민하는 현대인들이 많다. 힐링곰 꽁달이는 단순하지만 심리학에 기반한, 진솔한 위로와 조언을 전해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1년만에 12만 팔로워의 선택을 받은 인기요인은.

“친밀감을 주는 포근하고 말랑한 캐릭터들이 진지한 고민상담을 하는 점, 전문 심리치료사가 그림을 그리는 점이 독자들께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다. 또한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는 답답하고 힘든 감정이 10컷 만화를 통해 해소되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 같다. 지난해부터는 카카오 이모티콘을 통해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독자들의 수많은 답글, 메세지, 리뷰를 보며 꽁달이의 위로가 홀로 힘들어할 누군가의 삶에 실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기존 웹툰과 비교해 SNS웹툰만의 강점은.

“SNS에서는 누구나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작품이 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전문성이 중요해진 현대 사회에서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웹툰을 그려 인기를 얻고 수익창출까지 할 수 있다는 건 SNS웹툰의 가장 큰 강점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우울 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 적당한 우울은 능력이라 생각한다. 우울하다는 건 자신의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느끼고 귀 기울일 수 있는 하나의 능력이다. 오히려 우울하다는 것 자체로 나쁘게 보고 우울한 분들을 멘탈이 약하거나 한심하게 보는 시선이 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마음의 감기도 지속되면 병이 되고 생명을 해칠 수도 있듯 우울감이 오래 지속되면 꼭 병원에 들러 치료나 상담을 받으시기를 권한다. 비록 상황과 감정은 우울할지라도 당신은 ‘우울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날 뿐 보석처럼 빛나는 사람이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다”

-향후 계획을 전한다면.

“위로가 필요한 모든 분들께 따스함을 전하는 심리툰을 계속 그리고 싶다. 아이디어나 콘텐츠가 쌓이면 두번째 책을 낼 계획이다. ‘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 가 많은 사랑을 받아 해외출간을 예정하고 있어서 더 많이 알려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모티콘 작업도 꾸준히 해서 제 캐릭터 힐링곰 꽁달이가 더 많은 분들께 알려지고 기쁨을 주면 좋겠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