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나한테 어떻게 이래”…김성태, 이화영 만나 ‘격앙’

입력 2023-02-17 04:25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왼쪽 사진)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시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검찰 대질 조사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형’이라고 부르며 “우리 회사 망하게 생겼다” “나한테 어떻게 이러냐”며 강한 원망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전날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진행된 대질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를 향해 “감옥에 갔다 오면 (내 나이) 70이 넘는다” “가족과 친인척, 회사 관계자 등이 이미 10명도 넘게 구속됐다. 회사도 망하게 생겼다”며 고성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전날 오후 5시부터 약 4시간 반 동안 대북송금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방용청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불러 4자 대질신문을 벌였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지사에게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농장) 사업 비용 대납’ 등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물었다. 이에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이 자체 대북 사업을 진행하려고 북한에 돈을 건넸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 뉴시스

이 전 부지사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자 검찰은 안 회장에 이어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며 먼저 대납을 제안해 쌍방울이 경기도 대신 비용을 냈다”고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를 향해 “왜 형 입장만 생각하느냐” “우리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설득하거나, “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느냐”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현직) 공무원들은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 전 부지사가 계속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로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은 언성을 높이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측이 대북사업 하려고 안 회장을 끼워넣어 북한과 협약서를 쓴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안 회장과 방 부회장도 나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느냐”며 김 전 회장을 거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임원진에 지시해 대북 송금 자금원 등 관련 내부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대질조사 참여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 전 회장 사이 전화 통화 여부를 놓고도 엇갈린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에서 이 전 부지사가 바꿔줘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와 통화를 했다고 주장했고, 방 부회장과 안 회장도 통화 모습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대질 조사 이후 이 전 부지사는 진술을 거부했다. 조사가 끝난 뒤에도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검찰은 구치소에 있는 이 전 부지사를 향후에도 몇 차례 더 불러 대북송금 의혹 등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은 “사전 동의 없는 검찰의 4자 대질 조사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