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코너링·비포장로·긴급제동까지’ 신차 17대 비교 시승기

입력 2023-02-19 08:38
'2023 올해의 차' 후보에 오른 차량들이 지난 8일 경기도 화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지난 8일 하루에 신차 17대를 번갈아 타며 비교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해 출시한 대표 차량들이 대상이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이날 ‘2023 올해의 차(COTY·Car Of The Year)’ 최종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는 경기도 화성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서 진행했다. 17대의 차량이 올림픽 경기를 앞둔 선수들처럼 대기하고 있었다. 선수 명단은 이렇다. 현대자동차 그랜저, 아이오닉6,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기아 니로, EV6 GT, 메르세데스 벤츠 EQE, C300, BMW i7, 740i,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아우디 Q4 e-트론, 쌍용자동차 토레스, 르노코리아 XM3 E-테크 하이브리드, 포르쉐 타이칸 GTS, 폴스타의 폴스타2,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포드 브롱코. 주요 브랜드 가운데 폭스바겐, 쉐보레, 도요타, 렉서스는 후보군에 한 차종의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2023 올해의 차' 후보에 오른 차량들이 지난 8일 경기도 화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최고 트림 기준으로 가장 비싼 차량은 BMW의 프리미엄 전기차 i7이다. 2억4210만원이다. 가장 싼 차량은 토레스(3080만원)다. 대부분 프로 스포츠는 실력에 따라 리그를 구분하지만 ‘올해의 차’ 심사는 가격에 상관없이 경쟁한다. 10가지 평가항목 중 하나로 ‘가성비’가 있을 뿐이다.

첫 번째 코스는 특수내구로였다. 빨래판처럼 울퉁불퉁한 노면과 물결처럼 굴곡진 도로를 주행하며 차량의 내구성 등을 살폈다. 처음 Q4 e-트론, EQE, 타이칸을 바꿔가며 탔을 때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어 탑승한 XM3, EV6 GT, 아이오닉6, 니로는 심하게 덜컹거렸다. 아이오닉6는 스티어링 휠(운전대)이 한차례 돌아갔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브롱코가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주행모드를 ‘진흙 및 비포장’으로 전환해도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차량은 i7이다. 한 차, 한 차 평가할 때마다 결과를 종이에 적었는데 i7은 특수내구로 주행 중에 보조석에서 글씨를 쓸 수 있었다.

특수내구로 평가를 받고 있는 아우디 Q4 e-트론.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다음은 긴급제동 성능을 시험했다. 시속 30㎞ 속도로 달리다 전방에 설치한 차량 모형과 추돌하는 상황에서 차량이 스스로 멈추는지 확인했다. 모든 차량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긴급제동에 성공했다. 감도는 저마다 달랐다. V60은 모형을 2m쯤 남기고 한차례 속도를 줄이더니 추돌 직전에 완전히 멈췄다. 폴스타2도 비슷했다. 벤츠 EQE는 최대한 속도를 유지하다 결정적인 순간에 개입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까지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다만 기대를 저버리면 급하게 서는 만큼 몸이 크게 흔들린다. 벤츠가 긴급제동에 성공하자 이 모습을 지켜보던 벤츠 관계자들이 박수를 쳤다. 벤츠 차량은 과거 올해의 차 평가에서 모형 차량을 들이박았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반면 BMW의 차량은 조금 더 먼 거리부터 제동을 시작해 덜 덜컥하며 멈췄다. 이날 다른 평가자가 몰았던 타이칸이 긴급제동에 실패해 모형과 부딪혔었다고 한다.

자동 비상제동 평가를 받고 있는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그러나 타이칸은 고속주행 테스트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빠르게 시속 200㎞를 돌파하더니 최대 230㎞를 찍었다. 앞에서 차량을 이끌던 전문 인스트럭터(지도자)의 푸조 308을 금세 따라잡았다. 다만 바람에 차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다. 고속주행로의 곡선 구간은 원심력으로 차가 튕겨나가지 않도록 최대 42도 기울어져 있다. i7은 타이칸에 못잖은 가속력을 보이면서도 바닥에 착 깔려 질주했다. 가장 의외였던 건 폴스타2였다. 고속주행이 강점인 차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시속 210㎞까지 가뿐히 도달했다. 토레스도 시속 180㎞를 넘어 상위권이었지만 차체에 부딪히는 바람소리(풍절음)가 컸다. XM3는 시속 140㎞를 넘자 힘들어 했다.

고속주행 평가를 받고 있는 포르쉐 타이칸 GTS.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고속주행 평가를 받고 있는 쌍용자동차 토레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급커브 구간에서의 안정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마지막 코스인 조향성능로에 진입했다. 크고 작은 코너가 반복됐다. 인스트럭터는 무전기로 “레코드 라인(최대한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는 최단거리 주행라인)으로 달리고 있으니 뒤를 쫓으며 성능을 평가하라”고 지시했다. 가장 많이 꺾여 있는 곡선로에서는 대부분 차량에서 몸이 옆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가장 흔들림 없는 코너링을 보인 차량은 역시 i7이었다. 두 번째로 비싼 레인지로버(2억3047만원)의 코너링도 탁월했다. 운전대를 한쪽으로 최대한 돌리면 차량이 옆으로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저절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게 된다. 그런데 이 두 차량과 V60 크로스컨트리, G70 슈팅브레이크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코너를 돌았다. 고속주행할 때 풍절음이 컸던 토레스는 급회전 구간에서 ‘끽끽’하는 타이어 마찰음을 냈다. 낮 12시30분쯤 시작한 심사는 오후 5시가 넘어서 끝났다. 마지막 코스의 마지막 테스트 차량인 폴스타2에서 내리자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났다.

'2023 올해의 차' 후보에 오른 차량들이 지난 8일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향성능로에서 급커브 구간을 주행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이날 최종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2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2023 올해의 차 시상식을 개최한다.

화성=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