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유명 식당 대표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주범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주범이 돈으로 피해자의 환심을 샀지만 결국 돈 때문에 사이가 틀어지자 살해를 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재경)는 16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박모(55)씨와 공범 김모(50)씨, 김씨 아내 이모(45)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16일 제주시의 한 주택에 침입해 음식점 대표인 50대 여성 A씨를 살해하고, 현금과 명품가방 등 시가 1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주범인 박씨는 사업 과정에서 금전적 어려움을 겪던 피해자 A씨에게 자신의 토지와 피해자 건물을 묶어 공동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사업 자금을 보태며 환심을 샀다.
하지만 박씨가 건넨 사업자금은 다른 사람에 빌린 돈이었다. 박씨는 빚이 늘자 피해자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했고, 3억원 차량 채무를 지며 사이가 나빠졌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씨는 2021년 문중 소유의 부산시 기장군 토지 2필지를 총회 결의나 권한 없이 A씨에게 넘기고 5억4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문중에서 지난해 박씨와 A씨를 고소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검찰은 피해자와 사이가 틀어진 박씨가 채무를 상환해야 한다는 압박과 피해자 소유의 음식점 경영권을 가로채겠다는 욕심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김씨 부부에게도 골드카드 등을 과시하며 재력가인 것처럼 행세해 환심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김씨 부부에게 본인이 유명 음식점 최대 주주이며, 피해자는 ‘꽃뱀’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이들을 속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씨 부부는 범행 대가로 빚 2억3000만원을 갚아주고, A씨 소유의 식당 지점 하나를 운영해 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박씨의 제안에 넘어가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김씨 부부는 범행 전에도 박씨로부터 3200만원을 건네받았다.
이날 첫 재판에서 박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씨 부부는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강도살인을 공모하지 않았으며 살인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4월 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