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교회 지도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이홍정 목사)와 독일개신교협의회(EKD·총무 프랑크 코파니아 목사)가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제10차 한독교회협의회를 열고 양국의 협력 과제를 나눴다.
EKD는 독일 기독교 교단이 모인 연합기관으로 NCCK는 1974년 1차 한독교회협의회 이후 꾸준히 EKD와 교류해왔다. 올해는 EKD 임원급 지도자 13명이 참여했으며 ‘화해와 변화를 위한 대리자로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독일교회는 한국교회에 통일의 경험을 전했다. 마티아스 푸페 베를린-브란덴부르크주교회 동아시아국 총괄은 “동독과 서독 교회 지도자들은 통일 전 분단 기간에도 정기적으로 만났다. 서독 교회 성도들은 정기적으로 동독 교회를 방문하며 밀접하게 관계를 유지했다”며 “이런 소통은 양측 교회를 가깝고 친근하게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통일 후 서독 교회는 동독에 개신교 학교 200여개를 세웠고 무너진 교회를 재건했다. 그러나 현재 독일교회도 교세가 줄고 있다.
마리안네 와그너 팔츠주교회 부총회장은 “1962년 서독의 96%가 기독교인이었고 통일 후에는 82.3%가 기독교인이었지만 지금은 기독교인이 국민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음이 크기와 숫자의 문제는 아니지만 교회 밖 사람들이 기독교인의 증인된 삶을 보고 사랑과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발제자들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해왔던 통일운동을 돌아보고 추후 방향성을 제시했다. 한기양 NCCK 화해통일위원장은 “일부 남한 교회들이 북한 교회를 연고에 따라 나누고 재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남한 방식으로 북한선교를 밀어붙이려는 계획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남한 교회의 세력 확장이나 분열의 역사가 북한에 전수되지 않도록 주의하자”고 지적했다.
채수일 크리스천아카데미 이사장은 “한국교회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남한 내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쉽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대화가 끊어졌더라도 남북 교회의 만남과 대화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10차 한독교회협의회는 오는 20일까지 이어진다. EKD 방문단은 영등포산업선교회 등 에큐메니컬 사역 현장과 비무장지대(DMZ) 한국회원교회 등을 방문한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