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부동산 욕망에 에스파 동원” SM 대표 폭로

입력 2023-02-16 14:36 수정 2023-02-16 18:39
이성수(오른쪽 사진)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사 대주주이자 전직 총괄 프로듀서인 이수만(왼쪽 사진)씨의 역외탈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씨의 처조카로, 최근 SM 경영권 분쟁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민일보 DB, 유튜브 캡처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자사의 대주주이자 전직 총괄 프로듀서인 이수만씨의 역외탈세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이씨의 처조카다. 한때 이씨와 동반자적 관계였지만, 지금은 SM 경영권 분쟁의 맞은편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이브의 이씨 지분 인수로 수세에 몰렸던 이 대표는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한 폭로전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유튜브에 SM 소속 남성 그룹 ‘NCT127’을 프린팅한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그는 SM 제국의 황제 이수만, 해외판 라이크기획 CTP, 이수만 일가를 위해 희생당한 자회사들을 포함한 14개의 주제를 나열하며 “오늘 첫 성명 발표를 시작으로 앞으로 14가지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수만은 2019년 홍콩에 ‘CT 플래닝 리미티드’(CT Planning Limited‧CTP)라는 이름의 회사를 자본금 100만 달러를 들여 설립했다. CTP는 이수만 100% 개인회사로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며 “하는 일은 같은데, 계약 구조만 해외 레이블사와 해외판 라이크기획인 CTP를 거치도록 설정해 (영업 구조를) 기형적으로 바꿨다. 이수만은 SM과 레이블사 간 정산 전에 6%를 선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크기획은 이씨의 개인회사다. 이씨는 2010년 SM 사내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뒤 라이크기획을 설립하고 SM에서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수주해 비용을 지난해까지 수령했다. 이에 SM 소액주주의 대표자를 자처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취지로 이씨의 비용 수령에 제동을 걸었다. SM은 결국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종료했다.

이 대표는 CTP가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지목하고 이씨의 역외탈세를 주장했다. 그는 “SM과 라이크기획의 계약은 2014년과 2021년에도 국세청으로부터 정당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 결과 SM은 수십억, 수백억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며 “(CTP를 통해) 해외를 거치는 이상한 구조는 이수만이 우리나라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실질에 맞지 않는 거래 구조를 통해 홍콩의 CTP로 수익을 귀속하는 것, 전형적인 역외탈세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CTP와 해외 레이블 간 앞선 계약은 지난해 연말에 종료된 SM과 라이크기획 간의 프로듀싱 계약과는 전혀 무관하게 지금도 살아 있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SM 경영권 분쟁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SM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플랫폼 기업 카카오에 제3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확보했다. 이로 인해 이씨의 지분율은 유상증자 이후 줄어 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힘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는 하이브와 손을 잡고 상황을 반전시켰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SM 대주주 겸 전직 총괄 프로듀서인 이수만씨의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에 4228억원을 들여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 일자는 다음 달 6일이다. 이씨의 지분율은 18.46%로, 하이브는 이 거래를 완료하면 SM 최대주주가 된다.

하이브가 이씨의 지분과 공개매수를 통한 소액주주의 몫까지 모두 확보하면 SM 지분율을 39.8%로 늘릴 수 있다. 이로 인해 SM 경영권 분쟁은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및 카카오’ 진영과 ‘대주주 이수만 및 하이브’ 진영 간 대립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이 대표는 SM 여성 그룹 에스파의 컴백 지연이 이씨의 ‘나무 심기’에 대한 개인적 관심에 따른 프로듀싱 문제에서 비롯됐고, 그 이면에 부동산 사업권 관련 욕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에스파의 새 앨범 발매는 오는 20일쯤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수만은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팀과 유영진 이사에게 SM에서 나올 모든 주요한 음악 가사에 나무 심기,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투영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들여 만든 세계관이 돋보이는 에스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나무 심기 가사를 넣은 노래를 부를 것을 지시한 것”이라며 “가사 일부에 ‘저스트 서스테이너빌리티’(Just Sustainability), ‘1도라도 낮출’, ‘상생’, ‘그리니즘’(Greenism‧환경보호주의) 같은 단어들이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프로듀싱) 초기 단계 가사에서 직접적으로 ‘나무 심기’라는 단어까지 등장해 에스파 멤버들이 속상해 했다”며 “‘나무 심기’라는 단어만은 빼도록 요청했지만 결국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콘텐츠가 나왔다. 에스파를 위해 이번 곡 발매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나무 심기, 서스테이너빌리티, ESG를 표방한 메시지, 새로운 시장 개척과 문화 교류를 외치는 이면에 이수만의 부동산 사업권 관련 욕망이 있다. 실제로 어느 국가에서 부지의 소유권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사용권으로만 가능해 이를 조율하는 상황도 벌어졌다”며 “이수만이 주장하는 뮤직시티 건설에 카지노가 연결돼 있다. 이수만은 심지어 많은 관광객이 카지노와 페스티벌을 더욱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대마 합법’까지 운운하는 것을 여러 사람이 듣고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제 저희 SM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그것이 ‘SM 3.0’이다. 이제 저희 SM의 음악을 다시 들어달라”고 팬들에게 호소했다.

하이브는 이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우선 CTP를 통한 이씨의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 “이씨가 CTP를 소유했다는 내용도, CTP와 SM의 계약 체결 내용도 전달받은 바 없다”면서도 “이씨의 보유 주식을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할 때 ‘SM과 거래 관계가 없다’는 것을 전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CTP와 SM 사이의 계약을 종결할 수 있다는 것이 하이브의 설명이다.

하이브는 또 이씨의 ‘나무 심기’ 가사 강요나 부동산 사업권과 관련한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당사는 이씨와 관련한 활동이나 캠페인이 SM과 직접 연계돼 진행되지 않는다면 관여할 이유가 없다”며 “이씨의 주식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씨가 SM에서 추진하는 캠페인의 세부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