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노동단체를 만든 후 지역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조의 힘을 과시하며 조합원 고용을 강요하고 노조 전임비 등 명목으로 수억원을 뜯어낸 노조 간부들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남경찰청은 건설사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한 한국노총 산하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부산울산경남본부장 A씨 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교섭국장 B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부·울·경 지역 아파트 건설 현장 22곳을 돌아다니며 소속 노조원 채용을 강요하고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협박해 20개 건설사로부터 2억원 상당의 현금을 뜯어낸 혐의다.
이들은 건설사 측이 기존 고용 인부와 비용 과다를 이유로 노조원 채용을 거절하자 “노동조합의 힘을 보여 주겠다” “각오해라” “매일 집회를 열어 공사를 중단시켜 버리겠다”면서 안전모 미착용과 불법 체류 외국인 고용 등을 행정관청에 민원을 제기해 협박했다.
또 건설 현장에 소속 노조원이 없어 단체교섭 대상이 아님에도 미리 작성한 단체협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해 노조 전임비(노조 전임자가 없는 현장에 임금 명목으로 요구하는 돈)와 복지기금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또 노골적으로 현금을 요구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나 50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뜯어낸 돈 대부분을 실제 노조 활동과는 무관한 노조 간부 급여와 상급 노조 회비 지급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한국노총에 일정 금액의 조합비를 내면 노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단체를 만들었으며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 단속 사실을 알고 평소 사용하던 휴대전화기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합법적 노동조합을 위장한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오는 6월 말까지 집중 단속하는 등 노사관계의 자율성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창원=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