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네 발] 우리는 개고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입력 2023-02-19 00:04
식용견 농장의 모습. 출처: 동물구조119 페이스북 캡처

인천 강화군이 추진해 온 미국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시와의 청소년 어학연수 프로그램이 무산됐다. 펠리세이즈파크시가 강화군에 있는 식용견 사육장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12명이 3주간 견문을 쌓을 좋은 기회가 무산되자 국내 언론도 이를 비중 있게 다뤘다.

한국의 개 식용 문화가 국제적 쟁점이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4년에는 국제적 여론을 의식한 서울시가 개고기 판매를 전면금지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는 마이클 오언, 에밀 헤스키 등 당대 유명 축구 선수들이 한국의 개와 고양이 학대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는 2021년 12월 사회적 논의기구인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2021년 9월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해당 위원회는 아직 구체적 활동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운영 기한을 연장했고 두 달 뒤 무기한 연장을 선언했지만 구체적 발표는 미루고 있다. 개 식용 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위원회까지 출범했지만 아직도 사회적 합의는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는 사이 민간에서 관련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 25일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한국지부가 닐슨코리아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인데 전국 성인 남녀 1500명 중 84.6%가 ‘향후 개고기 취식 의향이 없다’고 답한 것이다. 이유는 ‘식용을 위해 개를 사육, 도살, 유통하는 전 과정이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해서’(57.5%),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해서’(48.1%), ‘불법이기 때문에’(42.9%) 등이었다. 또 ‘최근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절반 가까운 45.2%가 ‘개고기를 먹고 싶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아버지(29.2%)와 직장 상사(22%) 등이 권해 타의에 의해 먹게 됐다고 응답했다.

사회적 논의는 언제쯤 시작하는 것일까. 현행법상 개 식용은 합법도 불법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도심 속 네 발’은 동물의 네 발, 인간의 발이 아닌 동물의 발이라는 의미입니다. 도심 속에서 포착된 동물의 발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유승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