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동 북부지역의 유일한 공공의료기관인 속초의료원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의료원은 의료공백을 조속히 채우려고 의사 연봉을 3억원에서 4억원으로 파격적으로 인상했다.
속초의료원은 현재 공석인 응급실 전문의 3명을 구하려고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1차 채용을 진행했다. 연봉은 채용 후 협의한다는 조건이었다. 기존에 속초의료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전문의의 연봉이 3억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임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속초의료원에서는 지난달 응급실 전문의 5명 가운데 2명이 그만뒀다. 응급실의 또 다른 의사 1명도 이달 말 퇴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속초의료원은 연봉 상한액을 4억2000만원으로 상향해 재공고를 냈다. 채용인원은 3명으로 21일까지 모집한다.
속초의료원은 응급실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지난 1일부터 응급실을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4일간 단축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속초‧인제‧고성‧양양 등 영동 북부지역 4개 시군 주민들이 월요일부터 수요일 사이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강릉이나 원주까지 원정치료를 가야 하는 상황이다.
속초의료원 관계자는 16일 “연봉을 올려 2차 공고를 낸 만큼 지원자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응급실 운영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강원도와 속초의료원, 영동 북부지역 4개 시군은 지난 10일 속초의료원 회의실에서 속초의료원 응급실 정상 운영 방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도는 인근 시군 보건소의 공중보건의사 순번제 파견과 도내 다른 의료원 응급전문의 파견, 도와 4개 시군 예산을 통한 속초의료원 응급의료센터 한시적 운영 지원 등 3가지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4개 자치단체는 경력이 적은 공중보건의를 응급의료현장에 투입하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시군에서 공중보건의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해결방안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도 관계자는 “의료원에서 제시하는 연봉 수준이 대도시 병원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전문의들이 자녀교육이나 주거여건 등을 이유로 지역에 내려오길 꺼린다”며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속초=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