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운동부족 등으로 생기는 2형 당뇨병 환자가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 성분의 당뇨 치료제를 쓰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성이든 혈관성이든 치매 유형에 상관없이 효과가 나타나지만 혈액순환 장애를 함께 앓는 당뇨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좋은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에 걸리면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어수, 노년내과 김광준,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남정모, 정신과학교실 하정희 교수, 국립암센터 암빅데이터센터 최동우 박사 공동 연구팀은 2형 당뇨 환자에게 처방되는 당뇨치료제인 피오글리타존이 당뇨 환자의 치매 발병을 억제할 수 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국신경과학회 공식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 온라인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데이터를 기반으로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9만1218명을 약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피오글리타존을 복용한 군이 복용하지 않은 군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도가 16%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뇌와 심장에 혈액 순환장애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효과가 더욱 뛰어났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이 있던 당뇨 환자가 피오글리타존을 먹으면 치매 위험이 43% 감소했고, 관상동맥 혈류장애로 인한 허혈성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54% 줄었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의 원인을 피오글리타존의 기능에서 찾았다. 피오글리타존은 혈당을 낮춰 당뇨병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혈관 기능도 개선한다. 혈관의 문제로 생기는 혈관성 치매의 경우 작동 메커니즘이 이해되지만 베타 아밀로이드 등 뇌 독성 단백질에 의해 생기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경우, 해당 약물의 기전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김어수 교수는 “피오글리타존이 신경세포(뉴런)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LRP1이라는 저밀도지질단백질에 작용해 베타 아밀로이드를 줄인다는 기존 연구가 있는 만큼,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발병 위험을 낮추는 기전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뇨 치료를 잘 하면 모든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데, 특히 피오글리타존 성분의 치료제가 위험성 감소에 더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김광준 교수는 “혈관장애가 있는 당뇨 환자가 치료제를 선택할 때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